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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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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Jun 27. 2022

하루 인생 09

근사한 인생


"어디 아픈 곳 없죠? 곧 다시 만나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생은 참 근사하다. 그렇게 믿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이렇게 근사한 인생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축복이고 행운이다. 삶은 길지만 걷다 보면 금방이다. 길고 짧은 것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귀한 인연을 만나는 시간은 잊고 지내온 나를 깨우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시간의 간극을 좁혀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그 시간 여행이 참으로 근사하다. 마지막으로 건네 온 말 한마디에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다짐의 석탑을 하나 더 쌓아 올린다.  


과거 천성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인정 욕구가 큰 나에겐 근사한 인생이라 생각될 만한 것들이 주변에 차고 넘쳤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주눅 들고 부러워하며 질투했던 시절의 나는 삶을 선택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로 분리시켰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 마냥 이해했다. 너무나 버겁게만 느껴지던 시절. 근사하긴 뭐가 근사한가, 더럽고 치졸하며 일방향적인 소통불가의 세상에서 근사한 사치를 누리기엔 가엾기만 한 소시민의 삶인데. 그렇게 이십 대를 맞이했고 가까운 지인이 하늘나라로, 집안의 가세는 땅속으로 꺼져갔다. 찬란하게 빛나야 하는 그 시기에 난 어스름한 고독의 늪에 빠져 숨어 지내길 즐겨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봐요. 

만약 당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난 좋은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도 좋은 사람일 수밖에 없어요."    


현재 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선한 영향력이라고 했던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온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그 끝에 보이는 한줄기 빛을 쫓아 어느덧 삼십 대가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의 매력은 더 나은 삶, Better Life를 추구하는 이들의 결핍에 있다. 그들의 결핍을 듣고, 살피고, 표현하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내온 나와 당신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환대와 환희. 그것은 내가 어두운 삶의 터널 안에서 받았던 삶의 빛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 내가 받은 것처럼, 나도 줄 수 있다. 무언가 줄 수 있는 삶. 그것은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살아갈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희망의 등불이다. 


근사한 인생인가라고 묻는다면, 주변을 둘러보시길. 오늘 하루 애쓰지 않은 채 보고, 듣고, 말하고, 읽는 것들 속에서 잠시 머무른 채 위안받을 수 있다면, 그게 곧 근사한 인생 아니겠는가. 나를 나로 받아주고 나를 나대로 인정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나약한 존재에서 강인한 심지를 불태울 수 있으니. 누군가 나를 찾는다면, 당신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삶을 바라보며 살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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