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되었다. 익숙함을 등진 채 새로운 환경에 머무른 지 약 60여 일. 적응을 하고 익숙함과 작별한 채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지나갔다. 익숙한 동선, 익숙한 사람들, 익숙해진 목소리, 익숙해진 음식들까지. 천천히 하지만 불현듯 변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잊은 채 지내온 것들이 기회다 싶어 틈을 타 내게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다시 조우하는 감정과 기억들. 어린 시절 꿈 꾸며 동경하던 것에서부터 살다 보니 별거 아니더라 싶었던 것들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왔다 나가는 다채로운 감정의 풍경들. 최근 그 풍경을 등진 채 무심코 상념에 빠지던 때에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 어디로 가버린 거지?'
상념의 끝자락에 자리한 것은 익숙하던 감정 하나의 소거였다. 꽤나 불편했던 감정인데 어느 순간 불현듯 알아채고는 멈추어 생각해본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던 그 감정이 어디론가 숨어버렸구나. 꽤나 지독하게 굴던 녀석이라 자주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무턱대고 들이닥칠 때면 무방비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무력감이 떠올랐다. 당시엔 불편했지만 왜,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고민해 볼 수 없었던 순간들. 왜냐하면, 그것이 당시의 나를 둘러싼 하루 인생이었으니까.
사라지기엔 그 또한 나이고 어딘가로 잠시 숨어버린 걸 테지만 그래도 지금 내 곁에, 눈앞에 띄지 않는 현실에 만족한다. 꽤나 잘 적응해 가고 있는 나를 보며 천성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돌아갈 그곳에 대한 향수와 두려움이 함께 공존한다. 어쩌면 한국은 자기를 객관화하며 바라보기에 참으로 어려운 환경이었는지도. 나이가 들수록 사물과 타자(他者)는 조금 더 뚜렷이 객관화하면서도 좀처럼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는 어려워지는 듯싶다. 가능하다면 나이 듦 안에서 사물과 더불어 개인의 모순 또한 알아차릴 수 있는 명석함을 겸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