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7월은 늘 그래 왔지만 뜨거운 더위만큼 정신이 혼미하다. 기한 내 매듭 지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것을 일단락하는데 전념하다 보니 아픈 것도 오래된 일처럼 여겨진다. 8월은 밴쿠버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2주간 참여할 예정이다. 드라마 워크숍이라 설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뒤따른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늘 그런 것처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과 함께하며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금 확인할 예정이다. 다이내믹한 7월, 그와 비슷한 8월이 기다리고 있다.
연일 날씨가 맑다. 가끔은 너무도 강렬한 햇살 탓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마저도 유쾌하다. 이전엔 모르고 살았는데 생각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구나 싶은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그래, 살다 보면 좋지 못한 기분을 날씨 탓으로 돌리며 세상 삶의 고단함을 변명하기 마련인데, 한국에선 날씨를 탓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아 마음에 애잔함이 남는다.
내일이면 한국에서 귀한 인연이 온다.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보냈을 그에게 밴쿠버의 푸르름은 적지 않은 위안이 될 것이다. 온전치 못한 시기에 결정하기까지 여럿 고비가 있었을 텐데 이유야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길지 않은 시간 함께하며 여유롭게 돌아볼 계획이다. 새로운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설레는 이유는 역시 여행이라 그런 것 같다. 여행의 목적은 매일이 새로울 때 더욱 가치로운 거니까.
계절이 변하듯 나도 한 꺼풀 벗겨낸다.
우연히 만나 깊이 새겨진 시 하나,
저녁에
김광석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