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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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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Jul 18. 2022

하루 인생 11

안녕


아픈 몸이 온전히 회복되었다. 몸도 마음도 고생이 많았던 터라 살아있음을 증명하고자 쿼리 락(Quarry Rock)에 올랐다. 울창한 숲과 잘 갖춰진 등산로를 따라 오랜만에 가쁜 호흡과 짠내 나는 땀을 흘리고 있으니 그간 좋지 않았던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듯한 기분이었다. 평소에도 산을 참 좋아하는데 이곳에 온 뒤론 뚜벅이 행색이라 어디 먼 곳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해서 늘 산을 그리워했다. 정상에 올라 탁 트인 풍경과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니 고되게 아팠던 시간에 우울함도 함께 개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면역이 되는가 보다, 이렇게 단단해지는구나, 이렇게 성장하는 거지. 스스로 위로하며 눈에 보이는 곳 너머를 바라본다. 가끔은 죽지 않을 정도로의 아픔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구나 하는 의미부여와 함께.


귀한 인연이 떠났다. 덕분에 공항을 갔고 그곳에서 많은 이별과 헤어짐을 만났다. 보고 있자니 아쉬움보다 그리움이 먼저 찾아왔다. 꽤 많은 이별을 해봤지만 그때마다 내가 주로 선택한 방법은 회피 혹은 멋쩍은 미소였다. 열정적인 스페니쉬 친구에겐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눈물이 앞섰고 용기 내 그 눈물을 마주했다. 한국에선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람 간의 정이 그곳에 있었다. 충분히 머물고 싶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내 안의 세균도, 소중했던 인연도 같은 날 서로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산 정상에 올라 두리번 새로운 인연을 찾아본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색을 즐기는 그들의 눈은 먼 곳을 향해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닿는 시선과 방향이 가지각색이다. 각자의 눈은 그곳을 응시할 뿐 주변엔 방해될 무엇도 없다. 담담히 다가올 내일을 맞이할 뿐. 가만히 앉아 그런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물렁한 내 몸을 닮은 마음이 걱정이다. 이러니 균도 사람도 쉽게 믿고 받아주지. 아니, 어쩌면 이런 나라서 먼저 다가와 안부도 묻고 위로와 격려도 해주는 걸까? 이유야 어떻든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기분 좋게 다가올 내일을 맞이해야지. 밝은 미소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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