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느리지만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실수를 줄이고 실패 확률을 낮추기를 좋아한다.
결과적으로 마음이 동(動)했을 때 몸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에 빠져들듯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봤을 때 애정이 생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 24시간 중 설레는 순간이 많은 날들을 좋아한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좋아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로운 것을 좋아한다.
옛 것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 그리고 멈추지 않는 것들을 좋아한다.
두려움을 안고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좋아한다.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에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관점을 좋아한다.
어제와 다른 오늘, 내일을 위한 오늘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좋아한다.
사랑에 빠지듯 천천히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첫눈에 반하는 순간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하는 순간들로 채워낸 인생을 동경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가는 과정에서 최근 오랜 시간 공들여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것들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새롭게 만난 동료들, 첫인상은 달랐지만 무심한 듯 따뜻한 Bill, 브루탈리즘(brutalism) 공법으로 꽤나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반전 있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는 OISE(Ontario Institute for Studies in Education) 건물까지.
이제 고작 일주일이지만, 충분했던 그 시간이 나에게 안겨준 인상은 '관심'과 '호기심'이었다. 도시에게, 새롭게 마주친 사람에게, 낡고 오래됐지만 생명력 넘치는 건물들에게 진지한 사랑에 빠진 듯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 그리고 이 마음과 다짐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두려움을 품에 안고 뚜벅뚜벅 나아간다. 그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결과는 예상을 빗나갈 때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