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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C Dec 06. 2016

핑크핑크하고 보라보라하게.

그림으로 공감하기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는 법을 천천히 배워가던 때

싸이월드에 연습했던 그림을 올리곤 했었다.

친구들은 핑크색과 보라색이 공존하는 걸 보니 딱 내 그림이라고 했던 시절.


그랬다. 

그땐 난 나만의 컬러가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핑크색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오랜 기간 엄마의 선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엄마는 나를 어릴 때부터 핑크색 원피스를 입혀 주셨고 조금 더 컸을때는핑크색 바지를 사주셨다.

지금도 엄마는 내가 핑크색 옷을 입어야 예쁘다고 해 주신다.

(여전히 소녀스럽게 리본을 좋아하고 핑크색 운동복을 입는 엄마... 사랑합니다ㅋㅋ)


그림을 그릴 때 핑크색과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명도가 강한 색을 찾다 보니 보라색이었고

내 그림은 그렇게 핑크핑크 했고 보라보라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림을 그리면서 내 색깔을 많이 잃은 기분이 든다.

나는 분명 핑크빛과 보랏빛의 그림을 그려서 내 그림을 잘 알아보곤 했는데

요즘의 그림엔 더 이상 핑크와 보라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누군가의 기호에 맞춰야 했고, 

그림은 발전했지만 분위기나 특징은 무난해져만 가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핑크색 대신 흰색, 검은색, 회색 티셔츠만 사는 것 같고

잘 버텨주던 하나뿐인 핑크색 구두가 이젠 좀 바꿀 때가 되었길래 검은색으로 사버렸다.

핑크색 포인트가 있는 모자를 그렇게나 좋아했건만 회색 모자가 더 많아져 버렸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나이 탓, 사회 탓을 하며 핑크색의 아이템에 대해 부담을 갖기 시작했다.


핑크핑크하고 보라보라 했던 나만의 특징을 잃고

점점 무난해지고 자극적이지 않게 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색을 골라야 한다면 한참 핑크색 앞에서 서성이게 된다.

특히 예쁘고 여성스러운 핑크보다는 재밌는 포인트로 쏙쏙 들어있는 핑크색을 참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한동안 거부를 했다는 핑크색이라고 해도

여전히 내 주변엔 많이 남아있다.


내 파우치도, 패딩조끼도, 지금 신고 있는 수면 양말도 사실은 다 핑크색이다.

방 벽지를 핫핑크로 고르는 패기 덕분에 내 방은 언제나 사알-짝 산만하다.

소원팔찌를 만들 때마다 핑크색 실은 항상 넣어서 엮고.


공주님처럼 모든 아이템들이 핑크빛일 수는 없지만

나만의 컬러를 잃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오늘의 그림이라도 핑크핑크, 보라보라 하게 그려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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