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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고, 너무 우울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을 즈음-
친구는 나에게 꽃시장에 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
벚꽃은 이미 만발해서 눈발처럼 떨어지는 계절이고
그런 꽃도, 길가의 들꽃도 참 좋아한다.
작약이나 라넌큘러스, 한송이의 해바라기도 좋아하고 다 좋아하면서도
잘 포장되어있는 한 다발의 꽃다발은 어쩐지 부담스럽다.
그래서 친구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사실 나 꽃을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꽃이 안 좋을 리가 있나. 단지 이후의 처리가 조금 부담스러울 뿐이지.
어쨌든 꽃은 시들고 보기 흉해진다.
오랫동안 화병에 꽂아두고 있으면 물이 썩어 냄새도 난다.
그런 죽어가는(?)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결국 게으른 나는 꽃에게 미안할 일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위해 친구는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도 양재 꽃시장에 다녀오더니 한아름 안겨주었다.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노오란 색을 뽐내는 프리지어와 진한 향기를 내뿜는 히아신스를 보자마자
얼굴엔 미소가 사르르 올라온다.
이래서 다들 꽃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나의 기분을 위해 한아름의 꽃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감사하며,
힘들어도, 짜증 나도 얼굴 찌푸리지 말라며 귀여운 메모와 함께 화분을 선물해준 귀여운 동생에게도 감사하며
꽃을 선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