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천둥번개가 쳤습니다. 몸은 곤했으나 몇 번이고 일어나 거친 꿈자리를 고쳐 베고 누워야만 했습니다. 지금이 이렇게 소란스러우니 아침엔 고요할 거라 스스로를 다독이는 밤이었습니다.
거세지는 빗방울에 바랜 꿈을 끊어 반죽을 빚었습니다. 혼곤해진 꿈이 적당히 부풀면 하루고 이틀이고 내리 깨지 않을 작정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빵을 만들 때 발효를 위해 조금씩 떼어 쓰는 효모반죽 '르방'이 있다지요. 일본의 주종이나 우리네 씨간장처럼 원형의 역사를 가진 편린들. 꿈에게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낮의 시간에 주춤거렸던 대화와 사소한 상실, 이루지 못한 기쁨과 내밀한 소망 같은 것들이 모여 꿈의 '르방'이 됩니다. 밤이 시작되면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엉켜 부풀어 오릅니다. 딱 베고 눕기 좋을 정도로 발효가 되면 울게 하는 것은 과거로 웃게 하는 것은 내일로 노릇노릇 굽기 시작합니다. 반복되는 무의식의 몸짓들은 그렇게 탄생하는 겁니다. 잠을 설친 밤은 발효가 덜 되거나 더 된 빵처럼 꿈도 이지러집니다. 이지러진 꿈으로는 마음의 허기를 달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오늘 밤은 부디 고요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