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증후군

by 올빗ORBIT

월경이 시작되었다. 가득한 몸이 버겁다. 통증에 가까운 우울이 아랫배에 묵직하게 똬리 튼다. 가득 찬 것의 유약함을 그렇게 사춘기적부터 몸으로 익혔다. 부어서 무르고, 찼으니 기울 것이다. 월경에 보름까지 겹치면 만조의 바다처럼 온몸이 휘청거린다. 달을 향해 하울링 하는 늑대의 야성이 무엇인지, 해안가로 집단 자살하는 고래의 마음이 무언인지 헤아려본다. 공명하는 지구와 달의 중력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시스템의 원리를 자궁은 본디 알고 있었던 걸까. 오만하고 난폭한 폭정을 가끔은 견디기 힘들다.

한 달에 한 번 피를 본다. 선혈이 낭자한 광경을 주기적으로 목도한다. 따뜻한 피를 쏟아서 나는 차게 식는다. 몸이 열려있는 지라 면역력도 떨어진다. 감기에 걸리는 것도 주로 이 시기다. 약하고 위태롭다. 집중력도 떨어져서 운전할 때나 일할 때 예민해진다. 허례 의식처럼 거추장스럽다.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징후이니 아름답게 생각하라는 말들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는 이미 유행이 지났다. 유행이 지난 옷은 헌 옷 수거함에 버렸다. 닳고 낡아서 버려지는 옷보다 유행 때문에 폐기되는 것이 더 많다. 하루도 빠짐없이 죽고 새로 돋아나고 채워지는 몸이 낯설다. 이 것도 피라고 곧잘 졸리고 피곤하다. 온기가 그리워 어디로든 파고드는 계절이다. 동면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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