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점이 없다. 장점과 단점을 나눌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했다. 아직 절대적이고 확고한 무언가가 나에게 정립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 생이 끝나는 지점이 온다고 해도 ‘나'에 관한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판단이 서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양자적인 상태에서 그저 어떤 선택과 관점에 의해 좋고 나쁘고 싫고 옳고 그른 상황이 결정될 뿐이다. 살아간다. 나를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면서. 0과 1이 동시에 양립하는 세계의 촘촘한 그물망에서 끊임없이 간섭무늬를 만들어간다. 타인의 평가도 내 개인적 견해도 결국 무위에 있다.
“잊지 말자. 나도 누군가에게는 개새끼일 수 있다.”
올해 본 가장 인상 깊었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에서 나온 대사다.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어떤 부분이 타인에게 벼려진 칼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단점이라고 여겨 곤욕스러워하는 지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어릴 때야 나의 장점과 단점을 빼곡히 나열해 가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검열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도 기력도 없다. 성실하고 끈덕지게 이 생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자신의 형태소에 들어맞는 상황과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일에 전념하는 수밖에 없다.
자기 긍정이란 가치로운가. 우리가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결국 스스로와 불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하여 바라볼 수 있는 정도. 냉소와 비하의 늪에서 걸어 나와 나의 쓰임과 효용을 기대해 보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고 모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있는 그대로 나라는 인간으로 오롯이 걸어가 본다. 나는 장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