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의 밥들은 적당히 비싸고 적당히 맛이 없다. 그 적당함 때문에 적당히 돌아섰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에 관하여 적당히 기술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음지에서는 적당히 가을 냄새가 나고 양지에서는 인디안썸머가 느껴지는 오늘의 무진. 회전교차로가 난무하고 밤바다가 적당한 다리 건너 호텔에서 밤을 나기로 한다. 하루 종일 해를 너무 쐬었더니 눈자위가 욱신거린다. 가을볕은 여름내 습벽들을 모두 말려버리려 작정한 것 같다. 시월에 곧잘 습해지는 스스로를 억지로 볕에 널지 않으면 겨울을 결코 날 수 없다. 저혈압은 겨울이 되면 피가 더더욱 느려진다. 동굴 안에 웅크리고 겨울잠을 청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왜 나는 동면이 수치인 동물로 태어났나.
8년 전 본 갈대들은 대가 굵었다. 습지를 가득 채운 갈대들의 키가 오늘은 짤똥하다. 습지를 거니는 모두의 걸음걸이가 보인다. 적당히 느른하고 적당히 빠른 걸음들. 은닉당하고 싶어 온 갈대숲은 이제 아무것도 숨겨주질 못한다. 습지의 구멍 사이로 칠게의 외팔과 망둥어의 못난 얼굴이 드러난다. 적당히 살아 숨 쉬고 적당히 죽어가는 갈대숲. 거기서 내가 목도한 것들을 적당히 기술한다. 이미 마음이 엎어졌다.
갈대숲을 뒤로하고 당도한 밤바다는 어떤가. 그가 노래한 만큼의 낭만을 적당히 찾아보았나. 밤바다에 어룽거리는 것은 취기인가 치기인가. 그 흔한 갈매기 한 마리 날지 않는 곳에, 파도는커녕 짠내도 없는 여기 이 바다는 무엇을 증명하나. 질문은 쏟아지는데 아무도 적당히 대답해 주지 않는다. 또 한 번 마음은 엎어졌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아주 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