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의 딸은 조현병이다. 조현병은 사지 마비와 치매에 이어 세 번째로 무능력한 상태라고 선고하는 글을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사회면에서는 범죄의 이름으로 자주 등장한다. 무능력과 범죄. 천국과 지옥의 간극만큼 먼 진단이다. 드센 팔자를 고스란히 대물림했다는 죄책감이 고모의 곱은 어깨를 더 휘게 만들었을까. 그럼에도 고모는 늙지 않는 얼굴을 가졌다. 고모의 딸도 고모를 닮아 무구하고 고운 얼굴을 가졌다. 그녀는 종종 제정신이 들 때면 내가 보고 싶다고 했다. 헛소리라도 나의 안부를 묻고 어제 본 것처럼 내 이름을 외친다 했다. 결혼과 명절에서 멀어진 나는 그녀를 보지 못한 지 오 년 여가 흘렀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기억에서 고모네가 잊힌 지 강산의 반의 변했을 시점이었다. 그 사이 고모의 딸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했고 병증이 심해져 결국 헤어졌다 했던가. 가끔은 그녀의 연애가, 그녀의 결혼이, 그녀의 생활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친지와 친우 그 누구에게도 먼저 연락하는 법 없이 무심한 나는 결국 관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 그녀를 한 번도 연민하거나 동정한 적 없는 것처럼 나는 나의 무심이 미안하지 않았다.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이 부끄럽고 그것이 죄스러울 것 같아서.
-잘 지내니? 일하느라 바쁘지? 고모가 연이 때문에 너한테 자주 연락도 못하고. 다른 게 아니라 연이가 요즘 정신이 많이 안 좋아. 약을 쓰는 것도 한계치고. 그런데 자꾸 너를 찾네. 바꿔줄게. 목소리 좀 들려줄 수 있겠니.
무구한 그녀의 눈이 쑥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볼 때, 가만히 나의 손을 잡아오는 다감한 체온을 마주했을 때, 모든 말이 어눌해도 나의 이름만은 똑똑하게 불러주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때.
-언니, 추운 데 감기 조심해야 해.
-응. 하나야. 보고 싶어.
여전히 그녀는 내 이름 빼고는 모든 발음을 입에 물고 뱉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모두가 변함없이 건강한 것처럼 들렸다. 아무도 늙지 않고 아무도 아프지 않은 진공의 상태. 이 모든 일들이 그저 명절을 앞둔 안부 인사처럼 일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무료한 기시감이 절실한 사람처럼 바싹바싹 입술이 타들어간다. 처음으로 그녀가 불쌍하고 그리하여 결국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우리가 여전히 서로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때처럼. 나의 무탈을 빌어주고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 무고하고 무해한 그 마음의 화자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알 수 없는 영역만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