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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빗ORBIT Apr 21. 2020

천왕성 블루스

 

 노란색 비타민 음료를 홀짝인다. 한 시간 뒤쯤 화장실에서 똑같은 색 오줌을 쏟아낼 게 자명한 일이다. 안 마시고 안 쌀래. 안 살고 안 죽을래. 안 사귀고 한 헤어질래. 안 빚지고 안 갚을래. 제로로 귀결될 것이 뻔한 세계의 농담을 지켜본다. 예언은 언제나 저주에 가깝지. 무변 광야나 망망대해나. 표류한 자에게 망명을 묻는다. 주워주세요. 나의 기침을. 기침한 자에게 문안인사는 어떠니. 키득키득. 유머는 기침 같지. 폐가 한 움큼으로 쪼그라든다. 나도 블랙홀이 될 수 있을까. 한 줌의 폐는 푸른색 슬라임. 담배 한 번 제대로 못 펴보고 수렴되었다. 왼손에는 태우다 만 꽁초를 들고서 오른손의 맥주캔에게 화답을 청하는 공자, 예수, 부처. 횡격막과 불화하는 늑골이 하찮기에 기도를, 예배를, 염불을. 키득키득. 경련이 인다. 한숨 크게 달아나는 새벽. 딸꾹질은 스타카토. 잠도 없이 밤의 말기는 찾아오고. 키득키득. 싸구려 농담처럼 나는 죽고 말 거야. 역시 불치의 병에는 사랑이지. 사랑을 선고합니다. 사랑은 마찰인가요 사랑은 저항인가요 사랑은 열인 가요 사랑은 변하나요 사랑은 멈추나요 사랑은 중력인가요 사랑은 무거운가요 사랑은 가벼운가요 사랑은 인기가요 기침 소리보다는 사랑타령이 났구나. 키득키득. 기침과 사례와 오명이 차례로 떠다니는 여기는 천왕성. 지금 깨어있는 자들과 은밀한 서정을 나누는 도시. 영원한 새벽으로 유배를 떠나는 푸른 와상. 42년 동안의 밤과 42년 동안의 낮을 날조하고 차가운 내핵 속으로 키득키득. 오만상을 찌푸리며 핀셋으로 잠자리 날개를 비튼다. 잔인은 맑다. 맑아서 버틸 땅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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