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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난민 Jul 09. 2019

인류 최초의 용 숭배 문화?

알타이산맥에서 최소 12,000년 전 용 조각상이 발견되었다

드디어 필자가 기다리던 증거 중 하나가 나타났다. 알타이산맥, 천산산맥 등 유라시아대륙 중앙부의 산맥에 빙하기 이후 가장 발달된 문명이 있었다는 일부 학자들, 그리고 필자의 가설 때문이다. The Siberian Times가 놀라운 발견이라며 발행한 2017년 5월 8일자 기사를 소개한다.


120톤이 넘는 돌에 새겨진 이 멋진 용의 모습은 우리가 전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고대 인류가 남겨놓은 것으로,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거석상이다. 이 유일한 거석상은 알타이 산맥의 리조트지대인 벨로쿠리크하(Belokurikha)에서 20 km 정도 떨어진 모크나타야산(Mokhnataya mountain)에서 발견되었다. 이 거대한 화강암 조각은 신화적인 동물인 용을 묘사한 것으로 생각되며, 중국의 용 모양과는 차이가 있지만 시베리아지역만의 독자적인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알타이지역의 건축물 등을 자세히 연구해온 루슬란 페레쇼코프(Ruslan Peresyolkov) 등은 "이 용은 악어나 공룡과 비슷한 형상을 선이 굵으면서도 매끄럽게 표현해 놓았으므로, 화강암이 자연스럽게 부서지거나 침식해서 생긴 형상일 수 없다"라고 말한다. "만일 이것이 인공적으로 제작되었다면, 이 용을 구성하는 120톤이나 되는 화강암들을 운반하고 이 형태에 맞게 조각해서 쌓아올렸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조각물은  길이 1.3~2.1m의 돌 6개로 구성되어 있다."


루슬란은 그리핀 조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조각은 얼핏 보면 2,000~3,000년 전 이곳 시베리아지역을 지배했던 스티카이의 독수리머리를 가진 신화적인 동물의 모양과 흡사하다. 그러나 스키타이인들은 이런 거대한 조각작품을 만들지 않았고, 이것이 스키타이 시대보다 훨씬 오래되었으므로, 인류가 아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그리핀 조각일 것이다. 이 새 모양의 거대조각은 길이 5.9 m, 높이 2.5 m에 이른다. 이 그리핀은 특이한 머리, 대담하고 큰 부리, 푹 파인 새김눈처럼 긴 눈을 갖고 있다. 목 부분도 선명한데, 아마도 나머지 부분은 흙에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 그리핀은 동쪽을 향하고 있고, 주변에 구멍 등의 인공적인 구조물들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종교나 제사 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크나타야산(Mokhnataya mountain)의 석조구조물은 마지막 빙하기 또는 그보다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적어도 11,000~12,000년 전이라는 것이며, 학자들은 그보다도 훨씬 이전에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물론 정확한 연대측정과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여기 있는 용의 형태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스키타이문명의 조각형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어쩌면 스키타이인들은 고대로부터 전해진 상징체제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국 용의 형태와는 다르다. 우리 견해로는, 그리핀은 확실히 알타이지역의 파지리크문명(Pazyryk culture)의 부장품으로 발굴된 조각과 닮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시베리아지역에서 용 모양의 조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지만,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핀은 시베리아지역에서 몇 차례 발견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용과 그리핀 조각은 그 규모나 연대 면에서 획기적인 것이다. 학자들은 빙하기로 인해 이동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 조각은 2013년 발견되었지만 이번에 상페테르부르크의 헤미티지 박물관 측에 보고되어 공개되었다.




필자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약 12,000년 전 알타이산맥, 천산산맥 등 유라시아대륙 중앙부에서 기원한 발달된 문명을 가진 인류집단이 동서로 퍼져나가면서 지배계층을 형성하지 않았나 하는 가설을 갖고 있다. 물론 전에 소개했던 괴베클리테페나 수메르문명 등 지금까지 발굴된 가장 오래된 문명이 중동 지역에 존재하므로, 인류의 문명이 이들 산맥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것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퍼진 것과는 별개로, 마지막 빙하기 이후 신석기문명의 시작과 관련한 가설이다. 서구 학자들이 신석기문명의 시작을 BC 약 1만년 정도로 특정하는데, 신석기문명이 빙하기 이후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의심이 가고, 그 지역을 소아시아(아나톨리아, 지금의 터키), 메소포타미아, 북아프리카로 특정하는 것도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왜 거기서만 갑자기 신석기문명이 나타났을까?  서구 학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지역에서 살던 문명인들이 아시아 북동부까지 이동해서 전파해야 동북아지역의 신석기문명이 설명되는데, DNA분석 등을 통한 기원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라시아 대륙의 그 많은 구석기, 신석기문명의 기원은 왜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 것일까? 유라시아대륙 중앙에서 북부에 걸친 신석기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아나톨리아, 북아프리카보다 애들이 덜떨어져서 그냥 늦게 시작되었다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이런 가설을 갖는 이유는, 서유럽 문명은 그들이 기원이라고 말하는 로마문명이 고작 기원전 700년 전 시작되었고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 로마를 건국했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 신화까지 올라가도 BC 753년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지배한 지역이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부분일 뿐이며, 그 외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에는 아즈텍문명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발달된 문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아메리카대륙에서 연대가 더 앞선 것들이 나와도 1만년까지는 가기 힘든 것이, 아메리카대륙의 초기 원주민 뿐만 아니라 러시아 동부, 알류산열도, 알래스카에 지금도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아시아 동북부에서 기원하여 이동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향후 기회가 될 때 소개하도록 하겠다. 아프리카에서도 일부 문명이 발견되고 있지만 유라시아대륙 중앙부 문명들보다 연대가 훨씬 뒤쳐진다. 우리의 직접적인 기원이라는 동북아시아의 홍산문명 등도 그 기원이 1만년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라시아대륙 중앙, 시베리아 및 중동 등에서 1만년이 넘는 유적이 발견되고 있고, 마지막 빙하기 직후 해수면의 급상승과 기후변화로 인류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의 위협을 받았을 때,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적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특히 이들 산맥 및 고원지역일 것이기 때문이다.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무려 100m 이상 높아졌다고 하므로, 고지대가 아니면 생존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신석기문명이 마지막 빙하기 이후 갑자기 등장했다는 것도 필자 생각에는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고고학적 발굴이 계속되면, 신석기문명이 2~3만년 또는 그 전에 시작되었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기후가 비교적 따뜻했던 지역과 고원 지역에서는 말이다. 지난 번 소개한 괴베클리 테페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발달된 신전이 빙하기 직후 갑자기 신석기가 시작되서 만들어졌다고 설명이 되는가? 최소한 농경과 수렵의 병행이 가능한 문명이 존재했으나 기후의 변화, 자연재해 혹은 어떠한 사건에 의해 이들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가 빙하기 종료라는 커다란 계기에 의해서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서도 시베리아에 대해 정통한 러시아 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용과 그리핀 조각들을 확실하게 용, 그리핀으로 특정했고, 그것이 시베리아를 약 3천년 전 대륙을 지배한 스키타이의 조각들과 비슷(특히 그리핀은 아주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스키타이는 스키타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문명의 존재가 밝혀졌기 때문에 누구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전 문명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어 특정이 어려울 뿐이다. 게다가 그리핀의 경우 정확한 방위를 향하고 있고, 종교행위의 흔적도 남아 있어 이 역시 상당수준의 사회체계가 형성된 이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학자들은 시베리아의 고인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수준의 가설을 갖고 있고, 따라서 스키타이 이전 문명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번 학자들의 주장처럼 이 용과 그리핀 조각상이 BC 1만년이 아닌 BC 2만년, 3만년 전의 것으로 측정된다면, 알타이지역에서 기원한 자들이 서쪽으로 이동하여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처럼 새를 숭상하는 문명을, 동쪽으로 이동하여 용을 숭상하는 문명을 건설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향후 연구결과를 기대한다.



러시아, 몽고, 헝가리,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등의 학자들이 상대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서구 매체에 잘 노출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지역은 인류학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더 많이 부각될 것이고, 우리의 기원을 연구하는데도 필수적이므로, 공동연구와 번역 등이 시급해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우리 샤머니즘의 기원이 바이칼호라는 정도의 연구성과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시베리아, 알타이, 천산산맥 등에서 더 많은 연구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The Siberian Times, http://siberiantimes.com/other/others/features/found-dragon-and-griffin-megaliths-dating-back-12000-years-to-end-of-ice-age-or-ear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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