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예민한 네안데르탈인

176,000년 전 만들어진 인류최초의 구조물은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이었다

프랑스 동굴에서 무려 176,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인류최초의 원형구조물이 발견되었다. 눅눅한 동굴 바닥에 약 400개의 석순을 서로 쌓거나 이어서 만든 구조물은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했다. 2016년 네이쳐지에 보고된 이 구조물은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고인류학자 크리스 스트링거(Chris Stringer)는 "이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이 석조 구조물을 구상하고 축조할만큼 영리했다는 증거이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것이 발견된 동굴 안은 인위적인 빛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어둡기 때문에, 그들이 최소한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되는 불을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왜 네안데르탈인이 이 깊고 어두운 동굴속까지 들어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구조물을 만들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브루니퀄 동굴(Bruniquel Cave)은 홍적세에 형성되어 1990년 동굴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동굴에서는 오래전 멸종된 동굴곰을 비롯한 거대 동물들의 화석이 발견되었고, 근래 더 깊은 곳에서 오래 전 인류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이 구조물은 그 사이에서 발견된 불에 탄 동물뼈의 연대측정 결과 무려 176,000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고, 이 연대로 보아 현생인류가 유럽에 도달하기 전이며, 불에 탄 동물뼈의 발견 등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구조물이라고 판단되었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최근의 연구성과는 눈부시다. 프랑스의 한 동굴에서는 인류 최초의 매장 유적이 발견되었는데,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 의해 만든 것으로 판명되었다. 게다가 이베리아 지역에서는 조개껍질에 무기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든 5만년 전의 유물이 발견되어 그들의 예술성을 입증해 주었다. 그들은 나무껍질을 녹여 접착제를 만들어 도구를 만들때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견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원시인이 아니었다는 증거를 제시해 준다. 이 동굴은 탄산칼슘으로 형성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보르도 대학의 자크 조베르(Jacques Jaubert) 역시 네안데르탈인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세련된 기술과 문화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라이덴 대학의 마리 소레시(Marie Soressi)는 이번 발견이 대단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이 왜 여기까지 들어와 이런 구조물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미스터리이며 꼭 풀고 싶은 과제라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물은 주로 유럽 동굴에서 발견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동굴 깊은 곳이 보존 상태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 5만년을 상회하는 유물이 발견되려면 일반 지층에서는 좀처럼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발견들로 인해 현생인류만이 똑똑하고 영리했다는 기존 학설은 계속 뒤집히고 있다. 아니, 이미 뒤집힌지 오래다. 오히려 이런 발견들이 현생인류의 폭력성을 증명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영리하고 감수성까지 갖추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현생인류에게 약간의 DNA를 남긴 채 멸종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현생인류의 동족살해본능으로 특화되는 폭력성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출처]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6/may/25/neanderthals-built-mysterious-cave-structures-175000-years-ago

The National Geographic,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2016/05/neanderthals-caves-rings-building-france-archaeology/

Live Science, https://www.livescience.com/56268-neanderthals-made-jewelry-beads.html

New York Times, http://www.nytimes.com/2010/01/12/science/12obneand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