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사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주도, http://www.newbc.kr/news/articleView.html?idxno=7111>
오늘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다. 끝까지 갈거라 생각했던 조국 장관이 갑자기 사퇴를 발표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상태였다. 총선 승리를 위해 직을 내려놓으라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조국이어도 총선 실패에 대한 부담은 떨쳐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위 뉴스를 민주당은 부인할 테지만 난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트윗은 항상 댓글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민주당 트윗을 보면 나만 대한민국 진보의 비굴함과 유약함에 질려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윗을 누가 관리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담당이 있을 터인데 이 댓글들의 내용이 민주당 수뇌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은 되고 있을까? 항상 이런 식의 댓글이 달리고 있는데 말이다.
선진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알아서 늘어나고 알아서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바라 보면서도, 국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발로 뛰고 있음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세력에 행동과 리더쉽이 없음에 많이 답답해지곤 했다. 대한민국 좌파는 좌파가 아니고, 행동가들이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민주당이 서열 조직인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박주민, 김종민, 표창원 등 초선의원과 지금은 그 영향력으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한 아닌 최민희, 정청래, 정봉주 등을 제외하곤 아무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앉아서 트윗을 날리는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의미 없다. 국민은 행동을 원한다. 자신들을 대신해 세금과 갖은 특혜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지난 촛불집회때 약속했던 적폐청산, 살만한 세상 만들기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두 명의 대선 후보를 잃었고 김경수 지사는 여전히 억울한 재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국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도 최상급 찌질함과 뒤에 물러서 관망하며 주판 튀기기를 보여주었다. 민주당,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세력의 이런 찌질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한민국 진보는 비굴하고 유약하다. 그것이 그들의 종특이다. 성리학적 가치관에 빠져 500년을 살며 도덕만을 중시하고 실리를 가벼이 여겼던 선비들의 후예가 그들이다. 그런 조선 안에서도 장기간 권력을 잡은 훈구파, 노론 등은 달랐다. 뛰어났다는게 아니라 그들은 실리적이었고, 진보세력을 철저히 탄압하고 죽였다.
조광조를 주초위왕으로 몰아낸 훈구파와 지금의 조국 사태는 정확히 겹친다. 나는 훈구파 이후, 아니 태조에서 세종에 이르는 조선 초기만 제외하고 고려 중기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보수가 집권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은 많은 역사학자들이 말하는대로 조선 후기 300년을 장기집권한 노론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노론은 인조반정을 통해 부각한 서인을 시원으로 하므로, 조선 후기 무려 300여년을 장기집권해 임진왜란 후 집권세력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한탄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노론은 300년 장기집권의 끝에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나라를 일본에 팔고 친일파가 되었으며, 해방 이후, 한국전쟁 이후에도 그들의 권력은 더욱 곤고해져만 갔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약 400년을 노론에서 자한당으로 이어지는 보수가 통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투표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그 집권시간 동안 확실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진보는 왜 그들에게 400년동안 처절하게 패배했는가를 돌아봐야만 한다.
대한민국 진보는 우선 도덕주의자들이다. 조선시대 일부 사대부가 지향했던 성리학적 도덕과 우주의 원리라는 것은 사실 신앙에 가깝다. 위 그림이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의 절대신이 우주의 섭리의 근본이라고 하는 것처럼 성리학에서도 천리, 즉 하늘의 뜻과 원칙이 있다고 믿었고, 내 성정을 갈고 닦아 끝없이 우주의 원리와 일치시키려 했던 것이 성리학이다. 서구로 치면 속세에 나와 왕권이니 교황권이니를 다투던 그런 사제들이 아니라, 절벽 위에 수도원을 짓고 매일 자신의 영혼에 한 점 흠도 없이 신과 교통하기를 갈망하던 수도사들 수준이었다. 자신이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늘과 통하고 나라가 바로 선다고 믿었던 그들은 도덕적 가치를 지상의 과제로 여겼기 때문에, 국가를 좀먹고 백성의 고혈을 뜯기 위해 도덕을 앞으로만 내세우고 실제로는 갖은 부와 권력을 누리고자 했던 훈구파, 노론 등과 아예 싸움이 되질 않았다.
성리학을 신봉하는 자들은 남들을 도덕적으로 귀히 여기고 인격을 존중하며 나의 말이 타인에게 누가 될까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삼가며 태도를 겸양히 하고 대했으니, 언제나 죽고 귀향 가는 것은 진보 지식인일 수 밖에 없었다. 노론과 훈구파 등은 자신들의 권력이 먼지 하나라도 깎여 나갈 것 같으면 온갖 누명을 씌우고 헛소문을 퍼트려 모함하여 의금부에서 고문하다 죽으면 제일 좋고 고문하다 자백이 나오면 좋고 증좌가 없다 누가 반론을 제기하면 없는 증좌를 만들어 있다고 하여 결국 목표로 삼은 타겟을 죽이고야 말았다. 더 가관인 것은 그런 보수 세력에게 자신의 동지와 스승, 제자가 죽어 나가도 진보는 대부분 나는 그와 상관이 없다며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려 했고, 그래서 진보적 당파는 시간이 갈수록 세력이 약화되고 결국은 궤멸되었다.
조선 진보의 유약함을 잘 나타내는 사건이 있다. 1456년 6월1일 실패로 끝난 단종 복위 거사이다. 성삼문·박팽년·이개·김문기 등은 명나라 사신 환송연에서 성승과 유응부·박쟁이 별운검(임금 호위 무신)이 된 것을 기회로 세조를 죽이기로 했다. 그런데 별운검이 취소되자 의견이 엇갈렸다. 유응부는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며 그대로 진행하자고 했고, 성삼문과 박팽년은 ‘별운검을 세우지 않고 세자가 오지 않은 것은 하늘의 뜻이니 연기하자’고 했다. 결국 성삼문·박팽년의 의견대로 거사는 연기되었고 유응부의 우려대로 내부밀고자가 생겼다. 김질이 장인 정창손과 같이 세조에게 밀고한 것이다. 세조는 성삼문·박팽년 등을 사정전에서 심문하였고, 6월8일에 군기감 앞에서 사지를 찢었다. 남효온의 육신전에는 유응부의 공초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세조가 묻기를 “그대는 무엇을 하려 했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사신을 청하여 연회하던 날에 일척의 검으로 족하(足下)를 폐하고 옛 임금을 복위하려 했으나, 불행히도 간사한 사람이 밀고하였으니 다시 무엇을 하랴. 족하는 속히 나를 죽이시오.” 하였다. 유응부로부터 족하라는 말은 들은 세조는 크게 분노해 유응부의 살갗을 벗기는 등 가혹한 고문을 가했으나 유응부는 죄상을 인정하지 않고, 성삼문과 박팽년 등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생과는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하더니 과연 그렇도다."
"지난번 연회를 하던 날에 내가 칼을 시험하려 하니, 너희들이 굳이 저지하며 만전의 계책이 아니라고 말리더니 오늘의 화를 당하게 되었구나. 너희들은 사람이면서 계책이 없으니 짐승과 무엇이 다르랴. 만약 정상 밖의 일을 듣고자 한다면 저 어리석은 선비에게 물으라.”
생각이 많고 행동이 적다 못해 거의 없었던 것이 이들 조선 사대부 중 진보적인 인사들의 모습이었다. 정의를 추상적으로만 추구하고 현실 세계에서 적과 싸우는 법을 전혀 모르는 신앙인 같은 속성을 그들은 지니고 있다. 그저 용서하고 화해하며 인간적으로 대하고 다 같이 잘 되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적군이 쳐들어와도 이들은 나의 백성이니 어질게 대해야 하고 나와 의견이 다른 이들도 인격을 존중하며 나에게 해를 가해도 내가 당하는 것이 낫다 정의는 승리할 것이며 하늘은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라고 외치며 죽어갔던 그들의 눈 앞에서 현실은 변한 적이 없고, 그 이후로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도덕군자의 나라 조선은 세계 최빈국이자 최약소국이자 최고 부패국이 되어 갔고 결국 조선의 실질적인 지배자들은 왕에게 아들을 죽이게 하고, 입맛에 맞는 왕을 골라 세우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며 부귀영화를 누렸고 그걸 계속 하고 싶어서 나라를 통채로 일본에 넘기고 일본에 가서 작위를 받았다. 나라를 판 대가로 작위를 받은 76명 중 64명이 노론이다. 그 작위로 그들은 그동안 해왔던 대로 조선의 백성을 더욱 수탈했다.
조국은 자신이 꿈꿔 왔다는 사법개혁을 위해 가족이 인질로 잡히고 고문을 당하고 세상에 범죄인처럼 멸시를 당해도 꿋꿋이 버텨내 왔다. 그러나 정작 그를 위해 실질적으로 싸운 사람은 김어준, 유시민, 공지영 등 민간인들이다. 박주민, 표창원, 김종민 의원 등이 나서고 있다고 해도 민주당은 130석을 가진 여당이다. 조선적인 도덕 가치를 위해 청와대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아야 하고 민주당도 장관 수사에 관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가? 인선이 잘못 되었으면 바꾸면 되고 윤석열에 대해 판단을 잘 못 했다면 짜르면 될 일이다. 가짜 뉴스와 조작질을 해대고 있는 검사들은 선출된 권력자의 휘하에 있는 자들이고 언론은 비리를 수백개 쌓아 놓고 있는 허접한 조직의 일원들일 뿐이다. 공명정대하게 그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내가 나서야 할 곳은 이런 싸움판이 아닌 것처럼 뒷짐 지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적폐가 아닌 조국을 짜른다? 청와대와 여당과 정부가 나서면 여론이 극심히 반대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는가? 상대는 우리 편의 내장을 발라도 나는 그들의 가족 밥줄이라도 지켜 주려고 달려 있으니 옷도 벗기면 안되는가? 조국은 이용해 먹을대로 이용해 먹었으니 총선 승리를 위해 빨리 버리는 패로 쓰는게 유리한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고위급 검찰 출신은 정치에 진출해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거나 대형 로펌에 가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권력층의 비위를 감추는데 일조한다. 그들의 옷 벗기기도 주저한다면 도대체 적폐는 누구이고 청산은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찌질한 자들이 그나마 낫다고 다음 선거에서도 그들을 뽑아야 하는 나같은 평민들은 이걸 그래 조선의 고귀한 도덕인들이 가진 종특을 당신들도 갖고 있으니 참 훌륭하네요 라며 그냥 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가족까지 내어 주며 버틴 조국은 무엇이 되는가? 조국을 지켜야 사법 개혁이 이루어진다는 국민의 외침은 가볍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오늘도 민주당이 올린 모든 트윗에는 감성난민처럼 조선의 현실에 방황하고 답답해 하는 자들의 댓글이 우후죽순처럼 달리고 있다. 유약하고 비굴한 대한민국의 진보는 과연 그 종특을 언제쯤 바꿀 수 있을까? 한 100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질 정도일까?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런 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가? 지금의 민주당이 우파적인 정책을 취하고 개혁에 나서지 않는 것도 극우적 보수주의자들, 또는 그런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 민주당에 올라타 권력 찬탈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자들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노론도 결국 훈구파를 몰아낸 사림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정농단 세력과 공존하며 그들을 공격하지도 않고 오히려 적폐를 공격하려는 자를 몰아내며 이상한 정치 게임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그렇게 살았던 진보 사대부들은 모조리 죽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