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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Oct 30. 2023

'나'라는 소소한 욕망

'나' 란 정의?

나란 정의?


때론 멈추고 싶지 않은 소소한 욕망만으로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곤 한다. 


그냥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생각하고 생각과 생각 사이를 고민하는 망상. 꿈을 훔치고 싶은 도둑처럼 매 순간 다른 자리를 탐내는 좀도둑. 분주하게 퇴근하는 누군가처럼 힘 풀린 다리에 최선을 다하는 행인. 최선이라고 말하고 핑계만 찾아대는 비겁한 놈. 백지에 낙서를 하고 글이라고 말하는 모순. 오늘 하루도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아저씨. 


'나'는 특정하지 않은 한 사람이 본인을 가리 킬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나>란 정의는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평범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글로 쓴다. 큰 의미가 없는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인격을 부여한다. 때론 사물에, 때론 사람에, 때론 자신에게 그렇게 세뇌하며 일상을 보낸다. 어쩌면 작가는 평범한 사람보다 불완전한 요소가 많아서 작업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기심과 무지(無知) 사이에서 방황하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덫에 걸린 동물처럼 말이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보다 생각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글로 손이 간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앞설 때도 많다. 시대의 천재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처럼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윌리암 셰익스피어처럼 글을 잘 쓰고 싶은 것도 아닌데, 가끔은 궁금하다. 그 사람들은 일상을 무슨 생각을 하며 보냈는지 말이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일생을 보냈을까? 그게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 채 일생을 마감했을까? 


신의 선물?


그래서 신의 선물로 내가 좋아하는 위인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업적에 대한 이야기보단 허름한 술집에서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며 고생하셨다고 안아주고 싶다. 사실 난, 그들의 업적보단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더  궁금하니까.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일 수 있고 그 반대의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멈출 수 없는 누군가의 욕망은 때론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들은 그걸 작품이라고 부른다. 작품이라는 단어는 존중과 예의가 포함된 말이라서 더 조심스럽고 신기하고 어려운 매개체다. 그래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 


왜?


요즘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동안은 책을 봐야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남들이 말하는 그런 정당한 이유가 이니라, 불완전하지만 내가 인정할 만한 그런 요소 말이다. 참고 자료로 보는 그런 용도가 아니라, 감상용으로 접한 독서는 오랜만이라서 더 색달랐다. 작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니 생각할 거리가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왜?>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것도 좋았다. 책을 보며 작가와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작가가 작업할 당시의 환경도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공감도가 더 올라가서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 대한 정의는 내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지금 바쁘게 움직이는 톱니바퀴다. 하나가 움직이지 못하면 다음 톱니바퀴도 움직이지 못하기에, 제 때 움직이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한다. 그런 일상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일상에 감사할 때도 있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라 결과는 늘 감정에 비례하는가 보다. 정말 사소한 일은 내가 대단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건데,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 나라는 존재는 단지 나를 움직이기 위한 톱니바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톱니바퀴일 뿐인데, 그걸 인정하면 왠지 내가 도태되고 망가지는 느낌이다. 톱니바퀴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일을 꾸준히 멋지게 해내는 훌륭한 친군데 말이다. 


누군가의 원동력?


오늘을 사는 힘은 내일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 내가 움직이는 길은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그게 작은 힘이라도 시작을 하게 하는 움직임만 된다면 또다시 나에게 찾아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는다. 세상에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정답이 없는 과정이며 순수한 존재니까. 그래서 그냥 멋지다는 것만 안다. 이 말도 내일을 움직이게 하는 작은 힘이 될 테니까.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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