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칠 수 있기에
굳이 고정할 필요가 있을까
시선을 모으고 관심을 모으고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닐진대
세상 속에서 나를 찾긴 쉽지 않다
거리를 스치는 많은 사람들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길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우린 옷깃을 스치며
마주한 걸까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거리는
그렇게 아쉬운 향기로 만연하고
엄마 찾아 헤매는 어린아이처럼
그리운 발버둥을 치며 주변을 헤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거리를 활보하는 발길은 점점 빨라지고
스치는 옷깃도 많아지며
잊히는 옷깃도 많아진다
어쩌면 우린
한 번의 옷깃을 스치기 위해
수백 수천 년에 걸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의
만남을 꿈꿔 왔던 건 아닐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평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아쉽게 스쳐 간 인연은
바람이 되어 언제나처럼
내 주변을 시원하게 밝혀줄 거다
스칠 수 있기에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