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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혜인 Oct 23. 2016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포토에세이

남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 어설프게 호기심을 위로라고 포장해서  

달래준답시고 이것저것 캐묻고, 걱정해주는 척하는 건 나중에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나의 앞에 있는 사람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있고, 할 일은 없고, 그러고 보니 주변에서 얘 무슨 일 있다던데 그거나 물어볼까? 그저 궁금해서 묻는 것과, 내가 정말 걱정되어 이 사람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피고 요 근래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고 조심스럽게 묻는 것은 정말 다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궁금증이 해결되거나 , 자기의 따분함이 없어지고 나면 이야기를 들어준 다음 그 후의  

일은 전혀 관심이 없다.  

다른 흥밋거리가 생기면 그것에 관심이 자연히 돌아가게 되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또 심심할 때나 생각날 때쯤  '괜찮아졌어?' 가 아니라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데?'라고 대뜸 결과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나는 고민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  

최소 한달 이상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고, 그저 지워버리려고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아서 마음에서 눅눅해져 더 이상 여기다 두면 안 되겠다 싶을 때 입 밖으로 내는 편인데 어느 날 힘들어하는 기색에 나에게


"무슨 일 있어?"  


이 한마디는 정말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 말 한마디에 나의 고민은 이미 다 녹아버린 느낌. 마음이 힘든 상태에서 누군가 나를 봐주고 있다는 그 느낌은 참 좋았다.  

"말해봐 뭔데?"   

나는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고마운 마음에 그리고 너무나도 힘들어서 조금이라도 기대고 붙잡고 싶은 어리석음에 고민을 말했다.  나의 고민에 대한 공유. 이것은 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졌고, 편안함과 고마움에  다음에 내가 힘이 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 그리고 이 사람이 힘이 들 때 힘이 돼 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았으므로 다음에 이 일의 진척이나, 더 많은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했지만 그 사람은 내 고민은 안중에도 없었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눈치였다.  

벌써 이 사람은 다른 흥밋거리가 생겼고, 그냥 내 고민이 그 순간의 가십거리였고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거리였으며, 어찌 되었든 결과는 궁금하지만 더 이상 그 고민에 신경 써줄 시간도, 감정도 없다는 그 태도는 정말 가슴 아팠다.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고민을 털어놓았고, 내가 고민하는데 썼던 수 많은 시간 , 좋지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러한 태도는 내 고민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하찮아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전혀 쉬운 일도 가벼운 일도 아니다.  

그저 "야 무슨 일인데 , 말해봐~ 괜찮아 괜찮아"라고 상대방의 고민을 단지 킬링 타임용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정말 최악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고민, 힘듦을 묻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그냥 단순한 호의 일 수 도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그 무게감 있는 고민을 들어주고나서부턴 그 태도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나에게 말을 꺼냈을지, 그 무게는 또 얼마만큼인지,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떠한 태도로 대해줘야 할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단순히 털어놓을 때가 없어서 그저 들어달란 식으로 나의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그저 묵묵히 그 사람의   

속이 비워질 때까지 잘 들어주고 함께 정리를 해주며 끝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준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나에게 어떠한 믿음을 전제로 이야기를 꺼낸 다는 것이니까.  

그런 마음을 나는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고,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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