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 입니다
회사에서 피드백을 받는 자리는 늘 쉽지 않다.
건설적인 피드백이라면 성장의 기회가 되겠지만, 때로는 집요한 마이크로매니징이나 끝없는 잡도리에 가까운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상사가 감정적이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거나, 때로는 내 자질 자체를 의심하는 말까지 던질 때는 머리가 하얘지고 손에 땀이 난다.
아마도 많은 직장인들이 이 순간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생각에 잠식되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일 때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심리적 방패 멘트를 준비해 두고 있다.
이건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면서 동시에 프로답게 보일 수 있는 장치다.
“지금 말씀해주신 부분 바로 메모했습니다. 조금 정리해서 답변드려도 될까요?”
“중요한 지적이라 바로 답변보다, 액션 플랜으로 구체화해서 보고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답을 못해도 ‘정리해서 가져오겠다’는 프레임으로 바꾼다.
“네, 반복 지적을 받는다는 건 제가 아직 개선이 충분치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번에는 ○○ 방식으로 보완하겠습니다.”
“동일한 피드백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이번엔 실행계획을 따로 기록하고 공유드리겠습니다.”
“안 들었다”는 인식 대신, “아직 부족했다”는 쪽으로 인정하고 개선책을 보여준다.
“저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부족하다고 해서 자질이 없다는 건 아니고, 아직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셀장으로서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계속 배우면서 맞춰가겠습니다.”
방어가 아니라, “성장 중”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말씀해주신 의도 이해했습니다. 지금은 바로 답변드리기보다, 기록을 정리해서 구체적인 실행안으로 보고드리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지적 주신 부분은 메모했습니다. 제가 서둘러 대답하기보다 정리해서 바로 실행으로 연결되도록 보고드리겠습니다.”
실제로는 "벅차다, 바로 답을 못하겠다" 이지만, 겉으로는 "정확성과 실행"을 위한 잠깐 시간을 달라는 톤으로 전달할 수 있다.
“네, 어떤 포인트에서 우려하시는지 이해했습니다. 그 기준에 맞게 제가 정리해서 OO시 까지 회신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다 답변드리긴 어려운데, 기준을 먼저 알려주시면 거기에 맞춰 정리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당장 다 대답 못한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주도권은 유지한다.
이 멘트들을 미리 준비해두면, 피드백 자리에 앉아도 잠시 빠져나갈 구멍은 생길 것이다. 사실 최근 심신이 병든 나를 위해 이 글을 준비했다. 어딘가에 적어두었다가 한 문장이라도 꺼내 쓰면, 손에는 식은땀이나고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을 넘어갈 수 있다.
직장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공간이고, 리더십이 부족한 상사의 피드백이라면 일단은 진정시킨 뒤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피드백의 목적은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를 지킬 수 있는 말을 준비해 두는 게 맞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