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시당초 패션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진 패션 꿈나무는 아니었다. 그냥 쇼핑몰을 보다가 삘이 꽂히는 옷이 있으면 사고, 그런 정도? 그런데 매일 똑같이 정해진 교복을 입어야 하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성인이 된지 2년이나 지난 지금 문득 돌아보니, 의도하지 않았어도 지난 2년간 나만의 패션 스타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나도 패피?
<숨겨왔던 나의 ~ >
난… 약간 스포티하고 털털한, cooool한 룩을 좋아했던 것 같다. 스트릿이랄까… 무신사 냄새도 좀 나고. 딱히 쿨걸이 추구미여서 입었다기 보다는, 그냥 끌리고 편한 걸 입었더니 그게 다 털털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은 느낌? 이걸 깨달은 계기도, 이번 여름에 지인이 “넌 참 스포티한 게 잘 어울린다” 라고 해줘서 그제서야 아 ~ 이런 게 스포티한가? 내가… 스포티 잘 어울리나? 헐, 나 스포티 좋아하나? 아 나 좋아하네! 하고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집에 아디다스 옷들이 참 많긴 해.
그나마 추구미가 있었던 적을 꼽자면,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서 데이트할 때는 예쁘고 여성스럽게 보이고 싶으니까 러블리한 룩을 가끔 찾기도 했던 것 같고.
<어른이 되면 옷도 재미없게 입어야 하나요?>
요즘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보니 예전보다는 단정하고 어른스러운 룩을 주로 입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자유롭게 원하는 옷을 입다가, (타의로) 너무 정적인 스타일만을 입게 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내 체형의 장점을 부각시켜주는 룩과, 단점만 겁~나게 부각시켜 주는 룩이 있다는 사실이다. 난 살집이 많이 있는 편은 아닌데 뼈대는 있고, 또 뺴빼 마른 체형이라기 보단 볼륨 있는 체형이라 핏되는 옷을 입어야 이쁘더라고. 하루빨리 (퇴사…라는 것을 한다면) 다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으면서, 옷 입는 재미를 되찾고 싶다. 어른이 되면 원래 이렇게 옷까지 재미없게 입고 다녀야 하는 걸까?
< I see it, I like it, I want it, I got it.>
패션에 관한 TMI를 하나 더 말해보자면, 난 한 번 꽂힌 패션템은 꼭 구매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본다 → 마음에 살짝 들지만 줏대있게 구매하지 않음 → 한동안 아른거리고 → 계속 떠오르고 → 결국 산다.]의 과정인데, 사실 그런 아이템이 2년에 한 번씩 등장하는 정도라 흔한 일은 정말 아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엄청난 타이밍과, 은은하게 내 일상에 계속 등장하는 자만추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부츠를 샀는데, 이 부츠는 사실 1년 전부터 대학로 ABC 마트에서 여러 번 구경했던 부츠다. 심지어 한 번은 직접 신어보기도 했었다. 마음에는 들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 (=삘이 오지 않아서) 바로 구매하진 않았는데 최근에 신내림 받듯이 다시 이 부츠가 생각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뭐, 결국 샀다.
다음 신내림 타자는 바로 아디다스 브라운핑크 가젤이다. 사실 벌써 샀다. 이 친구도 한 1년 전부터 자만추하다가 최근에 삘을 받아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구매에 성공했다. 결정적으로 구매 트리거를 당겨준 것은, 크림(KREAM) 생일 할인 쿠폰. 고마워 크림~ 이런 일 정말 흔치 않은데 덕분에 포근 컬렉션이 하나 더 쌓였어.
마치며, 지금 떠오르는 궁금한 점.
앞으로 나의 패션 일대기는 또 어떻게 흘러갈까?
다들 절 보면 어떤 패션 키워드가 떠오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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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