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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13. 2016

기록한다는 것은

나를 쓴다는 것


한 카페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


오늘이 내 삶 중 가장 젊은 날이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인 거다.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점점 난 젊음과 멀어져간다는 뜻 아닐까.

물론 젊음과 멀어져 간다고 해서 무조건 좋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이렇게 나의 젊고 어린 순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그 순간들을 그저 스쳐 보내고 있다.

가장 평범하지만 다시는 올 수 없는 순간들을

가장 지루하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나날들을

우리는 그렇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일상을 그리고 생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첫 연애가 끝나고 나서부터 였던 것 같다. 이 쓰디쓴 마음을 친구들한테 풀자니 한계가 보이는 거다!

궁상맞게 노래를 들으면서도 써보고 울면서도 써보고 그렇게 나는 기록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되어 나는 '혼나서 쓰는 일기'가 아닌 '진짜 나의 일기'를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에 가거나 특별한 날만을 기억하여 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나'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별은 이런 것인가! 하며 울며불며 지내온 하루들

친구들과 만나 시시껄렁 보내고 온 하루들

재미없는 학교생활의 나날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감정들과 생각들

꼭 내 맘 같은 노래 가사들은


기록이 되었고 곧 내 삶을 이뤄주는 부분들이 되었다.

그 날의 기록들은 지금보다는 젊은 순간들에 그리고 보다 어린 순간들에 적힌 나의 모습들이겠지.



감정에 휩쓸려 한껏 감정적으로 적은 부끄러운 글들도

지금은 보기 부끄러워 다신 펼치지 못하는 글들도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생각들도

지켜지지 않을 다짐들이지만 꾹꾹 눌러 담아 보았던 내 숱한 다짐의 글들도


그때의 나였으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기록들이다.



그때의 나를 마주하면서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안쓰러워하기도 하고 뿌듯해하기도 하고 웃음 짓기도 하면서

오늘도 나는 또 한번 그렇게 나의 가장 젊은 날을 보내고 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순간들도

혹은 너무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은 날들도

쓰인 글자들 앞에서는 특별해지고 혹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나를 그리고 나의 가장 젊은 순간들을 열심히 기록할 생각이다.

아프면 아픈대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나를 남기고 또 추억하고 그렇게 그 속에서 성장해가며

차근차근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가장 쓸데없는 것 같은 나의 하루를 보냈더라도 오늘을, 지금을 기록해본다면

시간이 흘러 문득 그리워진 젊었던 나를 마주하며 웃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쓰기 싫어 죽을 것만 같았던 , 멋모르고 남겨진 초등학교 일기장이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다 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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