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by Something

요즘 일이 참 많다.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해줘야 하는 일 들이 폭발하면서 오늘은 처음으로 현관문을 나서기가 두려웠다. 한 숨을 쉬며 서 있는 나에게 부모님은 그렇게 회사 가기 싫으냐며 물었다. 잠시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는 투정을 부리고 잘 오지 않는 지하철을 타러 나섰다.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극한의 짜증이 밀려왔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하기 싫어서 이어폰 볼륨을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올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발라드보다는 말소리 차단하는 댄스곡이나 뮤지컬 곡을 듣는다.


오늘은 참으로 웃음이 나오지 않는 아침이었다.

힘든 투정에 친한 주임님이 맛있는 치즈 케익을 만들어 왔다. 아침부터 퉁퉁 부은 마음에 빗장이 풀려간다. 뭐가 이렇게도 화가 많아진 걸까?


보통 짜증을 참고 참다가 100 정도에서 냈었다면, 지금은 기본값으로 70이 있고, 이성의 끈이 20 정도를 잡고 있어서 10만큼의 짜증이 오면 이성의 끈이 잡아주지 않는다면 폭발한다. 요 근래 급발진해서 간신히 이성의 끈을 5퍼센트 올려본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짜증에서 처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3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얼마나 더 인생을 알아가야 하는 것일까. 분명하지 않은 저 수평선 끝을 끝이라 생각하고 걸어가는 느낌이다. 끝인 줄 알았는데 저기 또 다른 선들이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오늘은 야근을 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지만 내일이 조금은 여유 있길 바라는 마음에 정리를 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지만 꾸역꾸역 짜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해본다.

삶의 여유는 돈이 많아서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생길까? 수십억을 번다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이 참 편해 보이기도 한다. 나처럼 작고 또 작은 월급을 벌어보겠다고 일하지도 않는 상사들, 쓸데없는 일을 널 위한 것이라며 주섬 주섬 가지고 오는 이들을 데리고 끌고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선에서는 할 몫은 해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삶에 여유가 있을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겼을 때 좋아하는 일로 해소를 할 수 없다 했다. 찬란한 아픔이랄까.


마음의 여유는 어떻게 하면 내가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퇴근길에 올랐다. 즐거운 퇴근길이지만 생각의 끝에 답이 없으니 답답하다. 내일도 일이 산더미에 있으니 말이다.


다들 조금 늦은 퇴근길에 피곤한지 작은 의자에 서로를 등대며 앉았다. 이렇게 서로가 등을 마주하며 의자에 다 같이 앉아보기도 처음이다. 토닥토닥.

보이지 않게 서로를 위로하는 밤이지 않을까. 지하철이 잘 오지 않는 같은 동 네 사람끼리.

오늘 너도 힘들었냐고 물어보면서.


내일은 내가 태연했으면 좋겠다. 이거? 별거 아닌데 하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웃어 넘겼으면 진심으로 좋겠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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