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남지 않은 친구들과도 이제는 거의 만나지 않지만, 가끔 만나게 되면 주식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게 됐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만나면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죠.
처음엔 "주식은 잘 되고 있느냐"라는 말로 대화의 물꼬를 틀면, "요즘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 "얼마를 잃었다", "어디가 뜬다더라" 같은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식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구들 사이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주식 이야기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든 겁니다.
사실 주식 투자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방향이 다르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대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본인의 투자 실력을 떠나, 그 결과가 좋으면 돈을 벌고, 운이 나쁘면 잃기도 하는 게 주식 투자입니다.
"어쩌면 그저 들어주길 원했을지도"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 친구들에게 주식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자신의 투자 이야기를 들려줄 때, 가끔은 제가 더 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그것이 진정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음,, 사실 조언도 사실 알고 보면 오지랖일 수도 있죠.
사실, 주식 투자도 정치 성향처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곳에 투자하는 일입니다. 자존심, 더 나아가서는 가치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투자를 지적하면 그간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민감한 주제가 되곤 하죠.
이런 생각이 든 후로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주식 이야기가 나와도 그냥 가볍게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면 저는 그저 들어줍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공감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굳이 제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주식은 각자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도 서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