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야 알아채는 것들. #1

넘어진 그 자리 #1

by 손성호

“결혼은 아직 안 했어?”


태경은 소주잔을 들며 현석에게 물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만에 만나서 제일 먼저 물어본다는 것이 고작 결혼 이야기였다.


“해야지. 내년쯤에 할 생각이야.”

“그래? 여자 친구 있었구나?”

“아니? 이제 만들어야지. 하하”

“뭐야~ 싱거운 건 여전하네.”


대학 시절, 준수한 외모에 위트 있는 말투로 모든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샀던 현석은 어느 새, 의자에 기대지 않고는 힘들어 보일 만큼 넉넉한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회사는 다닐만해? 10년이면 이제 과장인가?”

“응, 과장. 죽지 못해 다니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기 빈 잔에 술을 채우며 현석은 말했다.


“처음 들어갈 땐 마치 하늘의 별이라도 딴 것처럼 좋았었는데, 요즘은 그저 그래.”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의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있음이 한 눈에 느껴졌다.


“참, 넌 강의한다고? 카카오스토리로 가끔 니가 어떻게 사는 보고 있었어.”

“응. 강의도 하고, 블로그 마케팅도 하고, 이것저것.”

“대단해. 어떻게 하고 있던 일을 180도 바꿔서 승승장구하는지. 아무튼 너한테 딱 맞는 일 하는 것 같아 좋아 보여.”

“그래? 그렇게 얘기해 주니 더 힘이 나는데?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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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현석은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 학과 생활은 물론, 동아리도 학과 공부를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해 활동했다. 결국, 졸업 직전에 누구나 알아주는 S물산에 제일 먼저 취업을 해 동기들과 선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그런 그가 이리도 초라한 모습으로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르며 취해가고 있다.


“그런데 하던 일은 갑자기 왜 그만둔 거야?”


현석은 갑자기 눈빛이 변하며 태경에게 물었다.


“응? H마트? 아니면 사업하던 거?”

“사업도 했었어?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산 거야?”

“사업도 했지, 노점도 해보고, 분식집도, 건설업도.”



현석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말없이 소주잔을 들었다. 태경은 현석의 소주잔에 잔을 부딪히고 거침없이 입 안에 술을 털어 넣었다.

지난 10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미경은 들어서는 태경을 향해 밝게 인사했다.


"아니요. 보잘 것 없는 사람한테 인터뷰 요청을 해 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인터뷰라기보다 김태경 강사님을 꼭 뵙고 싶었어요. 사실, 저도 강사님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는 동기부여 강사가 되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멋진 강사가 되겠다고 이 세계에 들어온 것도 벌써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바닥에서 헤매고 있어요."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운 좋게 제 강의를 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러게 말입니다. 김태경 강사님은 강사를 오랫동안 준비하신 것도 아닌 걸로 아는데 어떻게 지금처럼 바쁘게 불려 다니며 자신의 강의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운이 좋은 거죠."

"강사님은 어떻게 강사를 하시게 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