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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호 Aug 28. 2017

내 남은 날 중 가장 빠른 날, 하지만...

정말 지금에 만족하시나요?

오빠, OO오빠 잘 지내지? 

갑자기 전화 온 여동생이 제게 물었습니다. 납골당에 모신 아버지를 뵈러 갔는데 아래 납골함에 제 고향친구와 같은 이름이 적혀 있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어릴 적 본 얼굴 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저에게 연락을 했던 겁니다. 흔한 이름이 아니었던지라 저도 섬뜩하는 마음에 고향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여러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는 어릴 적 정말 피죽도 못 먹었다고 생각할 만큼 말랐었습니다. 항상 손을 떨었고 말도 약간 더듬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본 친구는 살도 많이 찌고 덩치도 커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부티가 좔좔 흐르는 멋진 녀석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새아버지와 결혼을 하셨는데, 새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으셔서 지금은 토목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희야, 언제든 충주 내려오면 연락만 해. 내가 니 평생 술값은 책임질게.

술값을 책임져 준다는 말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진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습니다. 친구 중에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고 강의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자랑스럽다던 그 친구는, 자기 결혼식에 제게 사회를 부탁했습니다. 기꺼이 친구 결혼식의 사회를 보았습니다. 친구는 사업이 바빠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짧게 다녀온다 했습니다. 제주갈치를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불러달라던 친구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3년 전 그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OO이, 자살했어. 사업 빚 때문에 힘들어서 여기저기서 돈 빌려쓰다가 그렇게 됐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이런 기분이 처음은 아닙니다. 올해로 3년 연속, 저는 후배와 친구의 아픈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재작년 열심히 살던 후배가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직접 결혼식 영상도 만들어줬던 후배 커플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또 다른 후배가 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족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한 달만에 그렇게 말입니다. 그 날부터 저는 '내일'을 장담하지 않았습니다. 더이상 아무것도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이상 영원할 것처럼 안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이것도 못 보고 죽을 뻔 했다.

안 가겠다고, 너희 부부나 다녀오라던 마카오 여행에 억지로 함께 간 어머니께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라는 쇼를 보고 나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억지로라도 모시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자리잡고 돈 좀 모으면 어머니 모시고 여행이라도 가야지.'라는 나의 막연했던 생각은 이루지 않을 막연한 자기 핑계였습니다. '언젠가'는 저에게 주어진 날이 아닙니다. 다시 오지 않아도 억울하지 않을, 아직 주어지지 않은 날입니다. 반드시 우리에게 주어질 날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손대희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지금 내 일에 만족해.

네트워크마케팅이라는 편견이 있는 일을 선택한 저에게 많은 지인들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제가 왜 이 일을 하냐고요? 제가 내일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제 소중한 가족이 내일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내일이 없을 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정말 만족하시나요? 지금 하는 일에? 지금 버는 돈에? 지금 당신이 사는 모습에? 지금 당신의 가족이 누리는 것에?
함께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말보다 제게 더 무섭게 들리는 것은 '지금에 만족해'입니다. 


오늘은 내 남은 날 중 가장 빠른 날이라 하지만, 남은 날은 누가 정해 놓은 날인가요? 그게 제가 지금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을 찾는 이유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달리는 이유이고, 누구보다 확실한 무엇을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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