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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호 Aug 04. 2017

하지 못한 이야기, 꿈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형들은 꿈이 뭐예요?


시크릿 사업을 함께 하게 된 형들과 간단히 소주 한 잔을 하는 자리에서 저는 또 직업병이 도졌습니다. 10년 넘게 형들을 알고 지내왔지만 형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없어, 그런 거.


"어떻게 꿈이 없을 수가 있어요? 어릴 때라도 뭐가 되고 싶다,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있을 거 아니에요?"

"살기도 바쁜데 꿈 같은 게 어디 있어? 돈도 없고."

소주잔을 들며 형들이 얘기했습니다. 저는 형들의 소주잔에 제 잔을 마주대며 또 물었습니다.

"그럼, 돈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면 뭐가 하고 싶어요?"

"난 작은 공예방 하나 차리고 싶어. 목공예 기술 배워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실제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 언젠가라도 꼭 해보고 싶어."

뇌가 입에 있는 것 같다고 그러던가?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이 먼저 나왔는지 순식간에 큰 형이 본인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인디영화나 단편영화라도 내가 직접 기획하고 대본을 써서 만들어 보고 싶어. 그래서 우리 아들 이름도 '정우'라고 지은 거야. 몰랐지?"

형들의 꿈을 들을 수 있었단 새로움도 잠시, '돈'이라는 한계를 없애고 나서야 비로소 '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 것이 씁쓸했습니다. 
강의할 때도 그랬습니다. 결국 거의 대부분의 고민과 문제가 '돈'때문인데, '돈'을 굳이 표면으로 드러내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핵심을 정확히 관통하는 어떤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그 핵심에는 거의 대부분이 '돈'이 있었죠.

"대희야, 우리가 너 사무실 차려주려고."

전업까지 해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제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했는지 형들은 저에게 사무실을 차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음만으로 충분히 고마워요. 그런데 형, 저 사무실 차려줄 돈 있으면 작은 공방 하나 차리세요. 엄청난 사양은 아니라도 작은 카메라 하나 사던가요. 언젠가 돈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하나씩 해나가면서 재미있고 의미있게 사는 모습 보여주는게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진 편견을 하나씩 없애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짧은 시간 안에, 어쩌면 제가 사는 시간 동안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손대희' 만큼은, 적어도 '우리 팀' 만큼은 재미있고 가치있게 사는 모습 보여주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사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보여주는 것이 저만이 아닌, 함께 하는 이들을 위한 저의 의무라 생각하고요.

아들, 언제나 화이팅이다!


처음에는 노발대발 반대하시고 역정을 내시던 어머니에게 문득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는 딴 거 하나도 바라는 거 없어. 그냥 50평... 아니 100평 정도는 돼야 할까? 100평 정도 되는 땅에 장독 100개 정도 놓고 장 담가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나눠주거나 팔고, 큰 방 두 개 정도 만들어서 친구들 놀러오면 놀다 자고 갈 수 있는 그런 집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항상 '대출금부터 갚아라.', '돈은 언제 모을 거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언제 돈 모을 거니?'를 달고 사시던 어머니에게 이런 멋진 꿈이 있었는 줄은 몰랐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일'에 가족들 끌어들이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이 일은, 평생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없어 보이던 어머니가 꿈을 이야기하고, 그 가능성에 희망을 갖는 '그런 일'입니다.



한계라 생각해서, 꿈조차 꾸지 않았던 이에게 꿈을 꾸게 해주고, 나는 할 수 없다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던 이에게 도전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일, 이 일로 더 멋진, 더 가치있는 삶을 만들어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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