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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본 동네 골목브랜드

막국수로 8남매를 키운 <60년 전통 철원막국수>

by VIt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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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에 담긴 그 시절 자영업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지난주 2막을 오픈하면서 연이어 화제인데요. 2막을 공개한 직후 시청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전개 속에 오늘 공개되는 3막을 기다리는 이들이 벌써부터 설레는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에 태어난 오애순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로 학창 시절부터 결혼, 육아까지의 시대 배경이 된 1960~80년대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과거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 만큼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국민적으로 가슴을 울리게 합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추억만큼 강한 이끌림은 없으니까요.


<폭싹 속았수다>에는 생계를 위한 자영업자들의 생존방식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잠녀였던 오애순의 엄마부터, 주인공인 오애순과 양관식까지 모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하루하루를 힘겹지만 정겹게 그려나갑니다. 쌀 한 톨도 귀했던 시절, 어린 딸 오애순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엄마는 그토록 싫어했던 차가운 바닷속에 매일 같이 들어가 큼지막한 전복을 따가며 한 가정을 지킵니다. 어린 나이서부터 가장이 된 관식은 배부른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위해 매일 만선의 꿈을 품고 승선하며 물고기를 잡아옵니다. 어부의 관식과 잠녀의 엄마는 단순 업을 뛰어넘어,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자영업을 선택했습니다. 거친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전복과 생선은 가족을 시키는 생존방식이자, 가족의 끈끈한 추억이 담긴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막국수로 8남매를 키워온 <60년 전통 철원 막국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이야기처럼 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한 막국수집이 있습니다. 바로 철원 동네 골목에 위치한 <60년 전통 철원막국수> 인데요. 한국 전쟁 이후, 피난을 다녀온 손남이 사장님이 고향인 강원도 철원에 돌아와 1964년부터 막국수 한 그릇에 10원에 팔기 시작하면서 <철원막국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예로부터 막국수의 주 재료에 들어가는 '메밀'은 강원도 지역의 향토 작물인데요. 메밀은 생육기간이 짧고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강원도 지역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메밀로 된 향토 음식을 강원도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철원 막국수>의 시작도 쉬운 메밀 수급으로부터 시작됨을 알 수 있습니다.


춥고 고달팠던 피난시절, <철원 막국수>는 한 가족을 위한 생계 수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쫄깃하고 찰랑거리는 메밀면을 만들기 위해 매일 같이 면을 뽑고, 사골을 우려내 육수를 만들고, 간장, 고추장, 메주 등을 직접 담가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든 막국수 한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이면 직점 담근 짠지무 고명의 시원한 물막국수를 팔고, 겨울이면 따뜻하면서도 담백한 온막국수를 팔아왔습니다. 60년의 세월 동안 오로지 막국수 하나로 8남매를 키웠고, 지금은 막내딸이 제2대 사장님이 되어 그 자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60년 전통 철원 막국수> 브랜드 전략 : 예스러운 가치를 담다

가게입구부터 내부까지 철원 막국수의 가게를 들여다보면,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꿋꿋하게 가게를 운영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허름하지만 장인의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부터,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마치 예전에 살았던 집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가정집 모양을 한 식당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편에는 막국수를 만들며 손님을 받고, 한편엔 8남매가 뛰어놀았을 것 같은 작은 마당이 있습니다. 작은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각 방구조들은 예전 가옥을 연상시키는 듯했습니다.


손님이 꽉 차 있으면 가게 뒤편에 있는 별관으로 안내를 해주는데요. 가게 안 사이로 이어진 좁은 길을 들어서면 작은 별채가 있습니다.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금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 확장을 해왔던 건지, 별채 내부에 있는 나무 기둥이 세월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었던 나무를 베지 않고, 그 자리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이색적이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는 공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 이 모든 공간이 <철원 막국수>만이 갖고 있는 '향수'가 담긴 가치를 보여주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60년 전통 철원 막국수> 브랜드 전략 : 계승되어 온 맛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변함없는 '맛'입니다. 1대 사장님이 고수해 왔던 자가제면 방식,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메주로 만든 양념장은 2대 사장님에게 그대로 전수되었습니다. 양념 비빔장위에 올라간 과일과 채소의 고명은 쫄깃하고 탱글한 메밀면과 유독 잘 어울립니다. 특히 이곳의 '킥'은 바로 '무생채'인데요. 매콤한 양념장과 반찬으로 같이 나온 무생채를 곁들여서 먹으면 새콤하면서도 아삭거리는 식감과 달큼한 무의 감칠맛이 배로 느껴집니다. 이 맛은 60년의 세월이 아니었다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지는데요. 막국수로 생계를 이어갔던 어머님에 대한 깊은 존경이 있었기 때문에, 장인정신처럼 그때 그 맛을 지키기 위한 딸이자 2대 사장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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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통 철원 막국수> 브랜드 전략 : 유동인구가 많았던 상권

좋은 상권은 비교적 단시간에 많은 단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상권도 변합니다. <철원막국수>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속해있었습니다. 반경 5km 내외엔 버스터미널과 시장이 있었습니다. 주민 상권뿐만 아니라 타지 인구 유입 상권도 고려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죠. 예로부터 터미널과 시장 주변엔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었고, 그 덕분에 유동인구는 활발했습니다. 자영업을 이야기하면서 상권을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현재까지도 <철원막국수>는 상권의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군부대시설이 많은 강원도 지역 특성상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어 젊은이들의 입소문 효과도 누릴 수 있었고요. 최근 들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지정되면서 국가적으로 주상절리잔도길을 만들며 트래킹 관광지 코스로 관광객 인수가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주상절리 잔도길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철원 막국수>는 동네 상권을 넘어서 오랜 전통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 유입까지 끌어당겼습니다.



8남매를 키워온 막국수가 이제는 철원 동네의 대표 골목브랜드로 자리 잡아오면서 동네 주민을 넘어 관광객들까지 찾아오게 만듭니다. 이게 바로 찾아오게 만드는 <철원막국수>의 브랜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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