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슈퍼셀>, 실패자축파티를 하는 이유는?

매출보다는 오래가는 게임을 만드는게 이유인 회사

by VIta kim

학교나 사회에서 온전히 실패를 인정하고, 축하받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의 신입사원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초보지만, 초보이지 않고 싶었던 욕심이 컷었습니다. 사수에게 '일 잘하는 후배'로 보여지고, 인정받고 싶어 실수가 생길까 늘 초조해 했고, 일어난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하기보단 늘 수습하기 바빴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신입사원이 가장 누릴 수 있는 특혜는 '실수'인데 말이에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우리는 늘 실수하는 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실패'라는 단어 앞에서 본능적으로 위축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화면 캡처 2026-02-08 180957.png 2013년 샴페인 파티를 하는 슈퍼셀의 모습

그런데 지구 반대편 핀란드에는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리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을 때, 전 직원이 모여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티를 엽니다. 그 파티속에선 위축된 표정이 아닌, 정말로 즐거운 표정을 하며 실패를 온전히 받아드리는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모바일 게임인 '클래시 오브 클랜'과 '브롤스타즈'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게임사 '슈퍼셀(Supercell)'입니다.


5개의 게임으로 세계 최고 게임회사에 등극한 슈퍼셀

2010년 핀란드에서 시작한 슈퍼셀은 16년동안 글로벌 매출 10권안에 드는 세계 최고 게임사인데요.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헤이데이,붐비치 등 5개의 메가 히트작으로만 지난 10년이상 90% 매출을 차지해왔습니다. 이 전략은 여러개의 게임을 출시해 운영하는 게임회사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선택한건데요. 바로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건 슈퍼셀만의 존재이유에 있습니다.


슈퍼셀의 CEO인 일카 파니넨(lika Paananen)은 의외로 게임 개발자가 아니며, 어릴적부터 게임에 엄청 관심있어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어릴적부터 창업과 경영에 관심이 많았고 첫 직장인 Sumen이라는 게임회사의 CEO가 되면서 게임회사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첫 회사를 급격한 성장 궤도로 올려놓았지만 관료주의에 사로 잡혀 창의적 인재가 이탈하는 모습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게임회사 크리에이트브한 인재들이 보며 창의적 일을 해야하는 곳인데, 여러 결재와 의사결정들이 난무한 곳에선 절대적으로 창의성있는 게임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영 원칙을 고수했던 게임회사들은 '인기있는 게임'을 만들어냈지만, '오래가는 게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게임시장에서 하루아침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던 게임이 몇주뒤에는 아무도 하지 않는 게임들로 가득한 현상을 자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단순히 상품에 가까웠고, 사람은 리소스의 영역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일카 파니넨은 게임회사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기로 결심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슈퍼셀 회사를 세웠습니다.



성공하는 게임보다,
수십년동안 플레이되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게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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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의 철학 : 1. 게임을 자주 출시하지 않는다

슈퍼셀의 게임 출시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 게임을 과연 10년이상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인가?" 온 직원들이 매출을 목표로 게임을 출시하는게 아닌, '오래가는 게임'을 기준으로 게임을 출시합니다. 슈퍼셀이 16년동안 소수의 게임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부 테스트의 기준이 굉장히 높은편이지만, 이러한 기준 덕분에 소수의 게임만으로도 많은 사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즐거움을 주는 게임사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슈퍼셀의 철학: 2. 일찍 실패하고, 현명하게 실패하라

슈퍼셀의 '실패 자축 파티'는 아무 생각 없이 실패해도 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파티의 본질은 '망해서 좋다'가 아닌, '실패에서 얻은 교휸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매년 수백개의 아이디어를 검토하지만, 정식 출시되는 게임이 극소수인 환경에서 흥미로운 점은 개발팀 스스로 '이 게임은 1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없다'라고 판단되면, 경영팀 지시 없이도 스스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실패 자축 파티'의 문화는 실패해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확신이며, 남들이 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슈퍼셀이 실패를 줄여서 살아남은 회사가 아니라, 실패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회사가 된 이유입니다.



브랜드에서 얻었던 실패의 교훈은 어떤건가요?

슈퍼셀의 사례는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그들의 존재이유가 성장과 성공보다 앞서나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품질좋은 게임을 선사했습니다. 실패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게 아니라, 실패로 인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수 많은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요즘 시대에 소비자의 기억 속에 레거시(Legacy)로 남아 있는 브랜드는 극히 드뭅니다. 그렇다면, 슈퍼셀의 이야기처럼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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