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느냐는 질문 앞에서 침묵하는 사람들
작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드라마가 화제였습니다. 대기업 타이틀의 '김낙수'는 '임원승진'이라는 목표를 향해 끝없이 달려왔지만, 퇴사 후 개인의 삶에서의 '김낙수'는 목적지 없이 살아가는 망망대해속의 표류하는 배와 같았습니다.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회사안에서 승진, 연봉협상,생존을 위해서 늘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인생에서 과연 전부일까요? 생존을 위한 노동만으로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
오늘날 대한민국은 '번아웃'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침마다 일터로 향하지만, 정작 왜 이 길을 걷는지에 대한 답은 흐릿합니다. 그저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공포, 쉬면 사라질 것 같은 불안이 우리를 앞으로 떠밉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적게 일하면서도 더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고, 무엇보다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의 이유'를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실한 국가입니다. 2025년 기준 연간 근로시간은 여전히 1,900시간을 상회하며 OECD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죠. 반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연간 약 1,400시간 정도만 일합니다. 우리보다 무려 두 달 가까이를 더 쉬는 셈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따져보면 북유럽 국가들이 한국보다 약 1.5배에서 2배 가까이 높습니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립니다. 이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노동은 오랫동안 '생존형 모델'에 갇혀 있었습니다. 내가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위태로워지고, 낙오하면 끝이라는 공포가 우리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유가 있어 일하는게 아니라, 살기위해 노동을 제공해왔습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한 공포는 단기적인 추진력을 주지만, 창의성과 효율성을 갉아먹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이 일하지만,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일터에서 에너지를 소진하는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이와 달리 북유럽의 노동은 '기회형 모델'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와 '이 일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이들에게 일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노동이 곧 자아실현의 도구가 됩니다. 일에 대한 'why'을 갖고 시작하는 확신은 곧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낳고 비로소 진짜 생산성의 나옵니다.
스몰 브랜드/1인 크리에이터/자영업자 세계에서 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한국의 많은 브랜드 창업자는 "어쩔 수 없이" 창업합니다. 취업이 안 돼서, 나이가 많아서,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시작합니다. 존재 이유가 아닌 생존 압박이 창업의 동기입니다.
이유가 없으니 전략도 없습니다. 옆집보다 500원 싸게 파는 것이 유일한 경쟁력이 됩니다. 가격 경쟁의 늪에 빠지고, 브랜드 자산은 쌓이지 않습니다. 결국 실패하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브랜드의 '소멸'이자 개인의 파산입니다.
반면 북유럽의 브랜드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내가 즐기는 이 일이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확신이 창업의 시작점입니다.
존재 이유가 분명하기에 이들은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합니다. 실패해도 그 과정에서 축적한 스토리와 데이터가 전문성이 됩니다. 다음 창업의 자산이 되고, 취업의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실패는 종말이 아니라 더 나은 버전으로 '성장'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이죠. 브랜드의 생존은 매출이 아니라 존재 이유에서 시작됩니다. 존재 이유가 분명한 브랜드는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첫째, "나는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가?". 단순합니다. 재미없는 일은 오래 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즐겁지 않은 브랜드는 어떤 고객도 즐겁게 만들지 못합니다.
둘째, "나의 이 재미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재미에 의미가 더해져야 합니다. 개인의 즐거움으로 끝나면 취미지만, 그것이 타인의 불편을 덜어주거나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 때 비로소 존재 이유가 됩니다. 의미는 단순히 정의를 내리는 일 뿐만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 즉,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것 인가?'라는걸 고민해봐야합니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에서는 영향력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을 돌보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삶은 연료를 완전히 소진하는 일 없이 더 크게 번영할 수 있다"
즉, 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야 말로, 브랜드의 강력한 동력엔진이 되어줍니다.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이직률, 증가하는 비경제활동인구.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이유의 부재'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통계 사실은 북유업 국가와의 자영업 비중과 5년 생존율 차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영업 비중이 약 23~24%로 높은 반면에, 북유럽 국가들은 약 9~12%로 OECD 평균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5년 생존율로 따지면 대한민국은 약 30% 미만으로 굉장히 낮은편에 속하고, 북유럽 국가들은 약 50~60%로 상대적으로 높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억지로 뛰는 '상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분명한 이유를 가진 '브랜드'로 서는 것입니다. 존재 이유가 있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북유럽 사람들만의 특권이 아닙니다. 자신의 재미를 발견하고, 그것이 만들어낼 의미를 믿는 당신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당신의 브랜드는 오늘, 왜 존재합니까?" 라는 답을 찾아야 합니다. 이 질문에 답이 분명해지는 순간 브랜드의 진짜 생존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브런치 북에서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 생존을 하는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