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튼애플 Jul 30. 2019

[영화리뷰] 심야식당 영화 리뷰

화려하지 않기에 더 정겨운 심야식당

요리 장면과 시작하는 이 영화.

아마 한 번쯤 들어 봤을 익숙한 대사로

영화는 그 막을 엽니다.

그 시간에 손님이 오냐고?
그게...제법 많아
심야식당 줄거리


심야 시간에 문을 여는

이 식당의 주인은 마스터.


그의 말처럼 늦은 시간에만 영업하는

이 가게의 손님들은 끊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이 손님들의 고민거리를 통해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뜨겁게, 하지만 차갑게


첫 번째 고민 손님은 타마코.

그녀는 부동산 회사 사장의 세컨드로

그의 유산을 노렸으나,


정작 유산을 한 푼도 못 받게 되어

좌절하고 있었죠.


그런 그녀에게 접근한 것은 젊은 하지메.

그는 나폴리탄을 나누어 먹다가

그녀와 깊은 관계로 발전합니다.


동거를 약속하는 등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이 커플.


하지만 얼마 뒤 나타난 하지메는

혼자입니다.


알고 보니 불륜남의 부인이

유언장을 조작했던 것이며,

타마코에게도 일정 액수만큼의 유산이

떨어진다는 이야기.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자 마자

하지메에게 작별을 고했던 것이죠.




시련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두 번째 고민의 주인공은 미치루.

그녀는 남루한 행색으로

처음 마스터의 가게를 찾습니다.


굉장히 배가 고팠던 듯

허겁지겁 음식들을 먹어 치우는 미치루.


그런데 그녀가 주문한

마밥을 가질러 간 사이에

그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얼마 뒤, 마스터는

식당의 뒷문 쪽에서

미치루를 발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러 

이 곳에 온 것이죠.


그런 그녀는 밥값을 대신하기 위해

식당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어설퍼 보이는 그녀의 행동과는

다르게 음식 솜씨는 수준급.


까다로운 단골 손님의 입맛저격도

문제 없습니다.


마스터는 오갈데 없는 그녀를 위해

식당 2층의 방을 내어주며,

일당도 꼬박꼬박 챙겨줍니다.


미치루도 가게를 위해

점점 더 많은 일을 합니다.


마스터와 식재료를 사러 가기도 하고,

새로운 메뉴도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마스터가 손이 나을 때 까지만

일하기로 한 그녀는

이제 곧 떠나야만 합니다.


다행히도 심야식당의

단골 손님 중 한 명인

치에코가 그녀를 눈여겨 봐 왔었고, 

그녀를 자신의 식당 조리원으로 데려가죠.




진흙 속에서 피는 꽃


세 번째 고민의 주인공은 아케미입니다.

그녀는 친구인 사야와 함께

자주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의 고민은 바로 이 남자 겐조

 그의 고향은 후쿠시마인데

그는 아케미를 쫓아 도쿄까지 찾아와서

그녀를 만나려 합니다.


아케미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친구인 사야에게 들러붙어

그녀와 만남을 요구하는 겐조.


결국, 피하기만 해왔던 아케미는

담판을 짓기 위해 겐조를 찾습니다.


해바라기 같은 겐조지만

아케미의 입장 또한 단호한 듯 보입니다.


그런 그가 싸움을 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잡혀 가게 되는데,

이를 구해준 것은 우리의 마스터.



그는 카레라이스를 대접하며

아케미와의 관계에 대해 묻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가 아케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 역시

무리는 아닌 듯 보이네요.


그런데 어느 날 호텔 방에서 쉬고 있던

겐조에게 걸려온 프런트의 전화.


내려가 보니 술에 잔뜩 취한 아케미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술김에서인지 서로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 두 사람.


과연 이 두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까요?



다양한 방식으로 리메이크 된 작품


이 작품은 만화, 드라마로

먼저 제작된 바 있습니다.


원작의 매니아 층이 탄탄한 탓에

이 영화에 평가는

다소 엇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화책으로만

이 이야기를 접했던 저로써는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빠르게 흐르지도,

격한 갈등으로 대립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한,

주위에 누구 한명 쯤은

겪고 있을 지 모르는

고민들이 존재할 뿐입니다.



답답함을 해소하는 '대나무숲'


그리고 마스터와 식당 단골손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그 누구도 그 고민에 대해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을

아마 한 번씩은 느껴 보셨을 것입니다.


이 식당은 바로 답답함을 푸는

‘대나무숲’의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잡념을 정리한 이들은

좀 더 나은 해결책을

본인 스스로 내기도 하죠.



화려하기보다는 정겨운!


제목이 심야식당인 것처럼

각각의 에피소드는

음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타마코와 하지메의

짧았던 사랑을 이어준 나폴리탄.


희망이란 조금도 보이지 않던 미치루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끔 해준

마스터의 마밥.


엄청난 재난을 겪은 후

다시 사랑을 꿈꾸게 된

겐조와 아케미의 카레라이스.


화려하진 않지만

그들의 ‘소울푸드’격인 이 음식들을 통해

사람들은 위로 받습니다.



후쿠시마 대지진을 감싸 안다


원래 이 작품은,

화려했던 일본의 경제 호황이

이른바 버블경제 라는 이름으로

한순간에 몰락한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에 힘들어진 사람들이

한풀이를 하며 술과 함께

간단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바로 심야식당 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야쿠자, 게이바 사장, 스트리퍼, 불륜녀 등

주류라고 할 수 없는 인물들이자,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배경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만큼

영화는 버블경제의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카레라이스 편에 그려진

겐조와 아케미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지만,


오히려 이야기는 최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살아남았지만 하루 하루를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는 유족들은,



벌써 대재난을 겪은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치유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벌써

그 날의 사건에 대해 잊어가고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동일본대지진의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란 것이죠.



결국 메시지는 '희망'


영화는 그러한 피해자가

다시 일어서서 희망을 갖게 되는

이야기를 남김으로써,


실제로 재난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의 응원 메시지를 전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체적인 이야기는 따뜻한 분위기입니다.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이니

이는 당연한 흐름이겠죠.


다만, 겐조의 말에서도 나오듯,

조금 더 담백한 위로가 오갔으면

더 진한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따뜻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너무 따뜻한 이야기와

갈등의 극적인 봉합으로 인해

관객의 감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그만큼 좁아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늦은 밤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힐링을 하기 위한 영화를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틀림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너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소박한 음식과 진솔한 이야기가 있어

더 따뜻했던 일본 영화

심야식당 이었습니다.


https://youtu.be/0fVoyC8rm58

<영상과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리뷰] 두 얼굴의 살인마, 일본 영화 악인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