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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Aug 08. 2019

신을 믿지 않았던 소년이 신을 믿게 되는 과정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본 종교


나는 예수님이 싫다 줄거리



도쿄를 떠나 한 시골 마을로 떠나오게 된 유라네 가족. 그곳에서 이미 살고 있는 유라의 할머니가 이들을 반긴다. 당장 내일부터 이곳에 학교로 등교 할 유라 걱정을 하는 할머니.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저 학교를 옮겼을 뿐 달라진 건 없다고 시큰둥한 태도.


한편,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와 피곤했을 가족들을 위해 잠자리를 펴놓은 할머니. 그런데 유라는 방 한 켠에 구멍이 뚫려 있는 창문에 매료된 듯 하다. 신기한 듯 그걸 보고 있는 손자를 보고,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겹쳐 보는지, 할아버지가 종종 구멍을 뚫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거 말이야, 할아버지가 뚫으신 거란다

다음 날,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된 유라. 어색한 인사를 마친 그를 더 어색하게 만든 건, 학교에 있는 예배 시간. 다른 아이들은 이미 이 시간이 익숙한 듯 하지만, 유라는 처음 가져보는 예배 시간인 만큼 조금은 당황스러운 눈치. 수업 시간에도 유라의 시선을 붙잡은 건, 수업이 아니라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 칠판에 써있는 성경구절, 그리고 쌓여있는 성경책.


난생처음 접하는 특이한 학교 문화의 유라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런데 가족들과 저녁 식사 도중, 할머니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 데,



친구는 생겼어?

친구가 없다고 하면 가족들이 걱정을 할까봐 그랬는지 있지도 않은 친구가 생겼다고 둘러대는 유라. 며칠 뒤, 그는 수업이 끝나고 텅 빈 예배당을 홀로 찾는다. 구석구석 예배당을 구경하던 유라는, 이내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 시작하는데,


하나님, 이 학교에서 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그러자 그의 눈 앞에 작은 예수가 떠오른다. 마치 이런 소년을 기다리고 있던 것 처럼. 한편, 교실로 돌아가던 유라는 탈출한 닭을 잡고 있는 카즈마와 마주친다. 같이 도망간 닭을 우리에 넣게 된 유라에게 카즈마는 축구를 좋아하는지 묻게 되고, 두 사람은 축구를 하며 친구가 되어간다.



소원이 이루어지자, 그는 눈앞에 나타나는 예수를 믿게 된다. 그래서 또 다른 소원을 빌게 되었는데, 이번 소원은 돈을 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원.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비상금을 찾았다고 그에게 돈을 주며, 이번 소원까지 이루어지게 된다.


다시 또 며칠 뒤, 오늘은 유성우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늦게 학교를 찾은 카즈마와 유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잘 보이지 않는 별. 그러자 유라는 다시 예수를 불러 내 소원을 빌게 되는데, 이번에도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던 유성우가, 밤 하늘을 가득 수놓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는, 신사를 찾아 소원을 비는 두 사람. 소원을 빌고 난 카즈마와 유라는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데,


(카즈마) 무슨 소원 빌었어?

(유라) 이런 건 말하면 안 된대

(카즈마) 왜?

(유라) 안 이루어진대

(카즈마) 그런 게 어딨어


그런데 유라의 말과는 달리, 소원 내용을 이야기했던 카즈마는 오늘도 많은 골을 넣게 된다. 이에 풀이 죽었는지 시합 도중 운동장을 떠나 집으로 가버리는 유라. 소원을 빌어도 결코 이길 수 없던 축구 시합. 유라의 소원은 결코 이룰 수 없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신이 소원을 들어주는 건, 단 세 번 뿐이었던걸까?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 작품의 감독을 맡은건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 이 작품은 그의 첫 장편 영화이기도 한데, 이미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스톡홀름 영화제 등에서 신인 감독상과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다.


히로시 감독이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도 있지만,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라는 상징적인 별명이 주는 이유가 더 클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감성과 닮은 부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먼저 한 컷 한 컷, 롱 테이크를 가져간 장면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롱 테이크를 즐겨 쓰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서정적인 시나리오와 더불어, 긴 호흡을 가져가는 촬영 기법은 영화 속에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도 롱 테이크 씬을 상당 부분 집어 넣었는데, 이 장면들은 자연스레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었지만, 잔잔한 영화 분위기와 어우러졌다. 주인공인 유라와 카즈마의 감정을 더 잘 녹여내기에도 좋은 연출이었다고 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이 작품을 보고 호평을 하며, 자신을 닮은 후배 감독의 기를 세워주기도 했다.


 새롭고, 묵직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또 다른 공통점은 주인공에게서 한 발 떨어져, 관찰하는 듯한 거리감이다. 흔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풍을 두고, ‘서늘한 관점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본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보다,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전개 방식에서 기인한다.

작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을 봤을 때도 그렇다. 그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지만 따뜻한 유사 가족을 통해 가족애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등장인물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등장인물들의 가치관 판단을 관객들에게 돌렸다.

이 영화에서 오쿠야마 감독의 전개 방식도 이와 닮아 있다. 주인공의 심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 주인공의 표정, 행동, 그리고 말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데 집중한다. 주인공의 시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보다, 한 발 떨어진 관찰자 시점으로 이 사건들을 지켜보는데, 이 공백은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을 이입할 틈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날로그적 감성의 연출


또 하나 영화에서 특징적인 것은 4:3 화면비의 채택이다. 16:9의 화면비를 넘어 시네마스코프 기술까지 발전된 요즘 같은 시대의 4:3 화면비를 택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소한 4:3 화면비는 이 영화의 특징을 더 잘 살리고 있었다.


감독은 4:3 화면비를 통해 오래된 필름, 오래된 영화 같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품 내에 화려한 장면 연출이나 효과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이 영화를 2019년에 맞추기 보다, 좀 더 과거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미 와이드 화면이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러한 연출 방식은 화면이 잘린 듯한 답답함을 줄 수도 있겠지만, 잔잔한 스토리와 더불어 작품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되었지 않았나 싶다.



평양냉면이 생각나는 영화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게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 하면 간이 되지 않은 심심한 냉면이 머릿 속에 그려지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영화는 극단적인 갈등이나 화려한 장면 연출 없이 잔잔히 흘러간다. 잔잔한 일본 감성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어 봄직한 갈등을 담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는 감동도 있다. 필자는 심심한 평양냉면 맛에 손사래를 쳤다가, 결국에는 그 오묘한 맛에 중독되어 1주일에 한 번은 평양냉면 집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 밋밋한 그리고 단순함이 주는 매력은 자극적인 음식이 주는 매력과는 또 다르다.


이 영화도 그렇다. 자극적인 단 맛, 매운맛은 없지만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잔잔한 울림이 있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신이란 존재, 그리고 그 안에서 그려지는 섬세한 감정 묘사까지.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도, 화려한 장면 연출이 가득한 헐리웃 영화도 물론 보는 맛이 있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만이 낼 수 있는 맛 또한 존재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평양냉면처럼 오묘한 이런 장르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분명 좋은 영화로 다가올 것이다.




https://youtu.be/VLolBwMen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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