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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우울증엔 비밀보장 트라우마엔 글쓰기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 팟캐스트 비밀보장! 첫 회가 방송되던 2015년 4월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5천만 국민들을 위한 속 시원한 비밀보장 상담소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줄여서 비보이다. 김숙 언니가 송은이 언니에게 제안한다. 프로그램명이 비밀보장이니 우리끼리 비밀 하나 속 시원히 얘기하자고. 청취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되 비밀보장을 해 드리는 팟캐스트. 이에 시작하기 전에 DJ(캐스터)들이 먼저 (비밀을) 하나 이야기하고 가자며 너부터 너 먼저 서로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니 언니들의 비밀을 듣기 전부터 웃겼다. 그렇게 길고 깊은 우울정글 무기력늪에서 처음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회부터 송은이 김숙 두 언니들의 웃음소리에 푹 빠져들어 단숨에 중독되고 말았다. 내가 평발에 짝젓이기 때문일까? 언니들의 첫 방송을 듣고 마치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갔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그때부터 비밀보장 청취에 미친 땡땡이가 되었다. 결혼 전까지는 더 그럴 만한 이유들로 결혼 후엔 또 그럴 만한 이유들로 정말 지독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우울증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시시때때로 삶 자체에 회의감이 들고는 했다. 지금도 가끔 삶을 놓고 싶을 때가 있지만 비밀보장 때문에 견디고 있었다.
비밀보장을 만나기 전까지 구제불능 대사이상과 만성우울을 모두 앓는 중증 환자였다. 만성 불안이 깊은 우울증이 되어 있었단 걸 캐나다에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시간과 선택을 되돌리기엔 내게 네 아이들이 선물처럼 와 있었다. 책임과 의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를 기다리고 따르는 것이 버겁기만 했다. 책을 읽으며 그리던 책 속의 엄마와 우리 집의 엄마인 나는 너무도 달랐다.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주어야 하는지 머리로만 배우고 입력해 두었음을 깨달았다. 매 순간 바뀌려고 수도 없이 다짐하고 노력해 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물 끝을 알 수 없는 우울의 깊이만큼 육아는 엉망진창이었고 마음의 병세는 깊어만 갔다. 너무나 빛나는 아이들이 숙제와 시험이 아닌 선물인 것을 이제는 알게 되어 감사하다. 글을 쓰면 투명한 유리감정이 보이고 치유도 시작된다. 오랜 우울의 치료제가 약이 아닌 송은이 김숙 언니들의 비밀보장이라 좋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이런 글도 썼다. 비록 숨땡이라 혼자 간직한 기록이었지만 얼마나 팬심이 깊었고 덕질이 찰졌는지 느껴진다. 글을 쓴다(마음을 말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시그널이고 먹고 싶다는 것은 살고 싶다는 시그널이다. 이 때도 나는 점처럼 점점 사라지고 싶을 만큼 가슴 저미는 날들 속에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사라지기 싫었던 거다. 살아내고 싶어 비밀보장과 교신하고 있었던 거다. 솔직히 비밀인데 아이들과 비밀보장 때문에 살았고 살아있다. 대외적인 차원에서 아주 약간 남편의 지분도 있지만.
언니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는 인사돌이다. 효과 빠른 몸과 마음의 약 이라는 의미이다. 듣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 재생해서 듣다 보면 웃다가 끝난다. 비밀보장을 오픈했지만 다음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니 도저히 비밀은 보장되지 않을 것만 같아 걱정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쓸데없는 걱정이 근거 없는 나의 오지랖이 기우여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정답은 있겠지만 도무지 풀이가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대충 찍을 수도 없고 놓을 수도 없는 육아에 마음속에 돌덩이가 들어와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 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나도 인생을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믿음이 오락가락해서 부끄럽지만 은이언니처럼 나도 하나님을 믿는다. 이에 동질감을 느끼며 첫날부터 금사빠 비보 애청자가 되었다. 또 하나의 더 은밀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나도 은이언니처럼 짝젖이다. 이 년도 그 년도 저 년도 연년생도 무섭지만 학연 지연도 만만치 않다. 연이란 연은 다 무섭지만 비밀스럽게 공유한 비밀이 서로 똑같을 때의 우연은 더 무섭다.
짝젖이란 우연으로 시작된 송은이언니에 대한 내적친밀감으로 견딜 수 있었다. 첫 방송을 듣곤 비밀보장의 영원한 땡땡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 번 짝 젖은 영원한 짝젖이다. 살이 쪄도 살이 빠져도 요요가 와도 짝 젖은 그대로다. 브라친구 사우나친구만큼 송은이 언니와 가깝지는 못하지만 같은 비밀을 가진 것만으로도 좋다. 나만 아니라는 사실이 기쁘고 알 것도 같지만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된다. 비밀에 대한 연대의식에 이 먼 타국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따뜻해졌다. 나도 송은이 언니처럼 짝젖이란 우연은 불안한 삶을 안도로 이끌었다. 비밀보장 땡땡이로서 더 멋진 인생을 꾸려보자는 다짐을 하게 했고 이렇게 글을 다시 쓰고 있다. 비밀보장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다. 우연이 만든 필연이다.
비밀보장이 안 되어도 내가 짝젖인 게 행복하다. 송은이 언니랑 최소한 두 가지는 똑같다. 그 사실이 놀랍도록 좋다. 비밀보장에 대한 땡땡이쉽 그 베이직은 짝젖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짝짝이로 지어졌단다. 그분의 그 섬세한 공평하심 또한 감사하다. 다른 게 있다면 송은이 언니는 양파 나는 건포도다. 예전에는 작은 토마토 정도는 된 것 같은데 넷째 아이 단유한 뒤로 건포도가 되었다. 아니면 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