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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자

60화. 파급년 땡땡이로 거듭날 때까지


한동안 비밀보장으로 우울증(진단받은 적은 없지만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을 회복했었다. 둘째 출산 삼십 오일 차엔 해당 프로그램에 보낸 음원이 방송되는 행운도 있었다. 비밀보장은 엄마 다음이다. 그다음이 제육볶음 닭발 만두 쫄면 어묵 두부다. 먹고 싶어 환상인 건 말하자면 끝도 없다. 김숙 언니는 평발이라 해변가를 달리면 곰발바닥처럼 되는데 얼마나 웃기냐며 자신의 비밀 하나를 공개했다. 이에 송은이 언니는 그게 무슨 비밀이냐고, 비밀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며 당당히 은밀하게 그녀의 신체비밀을 공개했다. 나는 짝젖이야. 김숙은 박장대소하며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웃어댔다. 나도 같이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비밀보장인데 비밀보장이 안 된 상황이 그냥 너무 웃겼다. 서로 삼십 년 지기인데 김숙 언니가 송은이 언니의 신체비밀을 정말 몰랐을까 설마 알았겠지 싶었다. 그렇게 그냥 배꼽이 빠지게 웃는 김숙 언니의 웃음이 더 웃기고 따라 웃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비밀보장이 삶에 들어왔다. 김숙 언니야 웃을 수 있다지만 송은이 언니는 자신의 신체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하고도 이렇게 호탕하고 청량하게 웃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방송에서 그 정도 수위의 내용을 공개하다니) 진짜 너무했다는 김숙 언니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송은이 언니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괜찮아. 많이 티는 안 나는데 살짝 무게감이 달라라고. 김숙 언니는 당황스러운 듯 그런 맨트를 하면 나는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가라고 하자, 송은이 언니는 아니 진짜 비밀 얘기하라며 이렇게 하는 거라며 요새. 그러자 김숙 언니가 (발언의 수위가) 너무 세잖아라고 대답했다. 그런데도 송은이 언니는 이렇게 하는 거라며라고 천진난만하게 대꾸했다. 방금 만천하에 짝젖임을 고백하며 순간 청취자들의 심장을 멎게 만들고도 태연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송은이가 너무 웃겼다. 김숙 언니는 우와 저기라는 말만 반복하며 진짜 숨 넘어가기 직전처럼 웃었다. 한껏 웃으며 배꼽을 부여잡고 쓰러진 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청취자가 마찬가지이리라. 송은이 언니는 김숙 언니나 나 같은 청취자가 웃다가 기절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는 80A이고 하나는 80C에요. 약간. 등 사이즈는 똑같으니까 80인데 B C정도로 약간 이라며 끝까지 청취자들에게 비밀을 밝혀 웃음을 주었다. 김숙 언니가 그럼 (양쪽 사이즈가) 차이 많이 나네라고 하자, B에 B 다시 C에 C마이너스 라던 송은이 언니다. 여하튼 나에겐 그런 비밀이 있어요. 진짜 처음 공개하네 라며 살신성인한 송은이 언니. 삼십 년 지기 언니의 짝젖이라는 신체비밀을 알고 박장대소한 김숙 언니. 그리고도 순진무구하게 이렇게 하는 거야? 맞아? 팟캐스트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묻던 송은이 언니. 진짜 대박이다! 우와! 웃다가 배꼽 도둑맞은 김숙 언니를 따라 나도 웃는다.

30년 한국에서의 만성우울증에 타국생활 5년 더 그리고 둘째 출산 후 산후우울증까지 있던 서른다섯의 나… 지금보다 11년이나 젊었을 때다. 아득한 그때 유명 개그우먼 송은이 김숙 언니들이 <비밀보장>이란 팟캐스트 라디오를 시작했던 2015년 나는 365일을 파김치처럼 살았다. 냉장고 제일 깊숙한 곳에서 너무 오래 익고 잊혀 맛도 맘도 다 망가진 파김치,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싱싱하지 않은 파김치 말이다.

십일 년이 지난 지금은 글쓰기를 하며 싱싱하고 푸른 파김치로 나는 익어가고 있다. 그 시작엔 송은이 김숙 언니들과 비밀보장이 있다. 비밀보장이 나를 웃게 한 건 참 고맙다. 비밀보장 땡땡이라 참 좋다. 상처 있는 사람도 웃으니까 낫는 걸 그때 알았다. 상처 있는 사람도 웃을 수 있고 웃을 줄도 안다는 것도. 그때부터 변치 않고 웃을 수 있는 땡땡이로 나이 먹은 내가 좋다. 먹고 싶은 한국음식이 많아 아직 살아 있는 내가 다행이다. 십일 년 땡땡이라는 힘으로 견딘 내가 좋다. 숨어있는 땡땡이였지만 김숙언니의 후예답게 파급년 땡땡이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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