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 Self Emotional eating Stop 트라우마다이어트
61화. 은이 세끼 없어서 나쁜 세끼로 버틴다!
가누지도 추스르지도 못했던 몸과 마음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흔 살은 산 것 같은데 마흔여섯이다. 늦은 듯 아직은 희망이 있을 것만 같아 또 포기는 못 하겠는 나이다. 몸과 마음에 대한 스스로의 깨우침이 있던 날부터 오랜 기도제목이 있었다. 잠자듯 천국에 가는 것. 온갖 상처의 아픔과 괴로움을 안고 외롭게 삶을 끌어안고 버틴 자아 치유 소설을 썼었다. 비록 협력 출판이지만 계약을 맺고 교정 작업이 진행되던 어느 날 작가의 길을 끝내 포기했다. 글을 쓰면서 깊은 상처의 겹이 한올씩 벗겨지고 상처 마디마디에도 새살이 돋아난 것 같았다. 그땐 다 괜찮아진 줄 알았다. 그러니 굳이 잘 살고 있는 소설 속 사람들의 삶을 다시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출판 반려를 결정하고 위약금을 송금하던 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른다. 결국 꿈을 내려놓았고 인생의 새로운 도전들을 가슴속에서 지워버렸다. 꿈을 포기한 순간 돼지갈비 만두 쫄면 닭강정 삼겹살 닭발 냉면 두부도 다 날아갔다. 하지만 이렇게 날라면 대신 글로 먹는 것도 의외로 맛있다고 느끼는 중이다. 물론 한국음식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또 전두엽이 난리가 날 거다. 허벅지를 찌르며 참고 글을 쓴다. 먹고 싶은 것을 이렇게 미친 듯이 써 본다. 내 마음을 써 본다.
캐나다 어느 중소 도시인 듯 시골 같은 곳에 살고 있다. 눈을 다친 뒤로 컴퓨터 모니터나 휴대폰 등 영상을 오래 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눈이 금방 뜨거워지고 따끔따끔하고 붓는 듯 불편감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영상 절식을 하고 있다. 눈도 눈이지만 들리는 라디오 비밀보장만 있다면 영상금식 하루 정도는 거뜬한 나다. 하지만 실제 음식만은 45년째 절식은커녕 적정식도 못하고 소식은 말도 안 되며 단식은 꿈도 못 꾼다. 예전에는 금식도 가끔 했었지만 캐나다에 온 뒤론 성스러움을 부여한 금식은 해 보지 못했다.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부끄럽기도 하다. 다이어트한다고 결심하고 며칠 잘하다가도 꼭 삐딱선을 탄다. 어차피 여기서 늙어갈 텐데 다이어트는 무슨 이러곤 날라면 세 개를 날리고 땅콩 한 통도 한 방에 보내 버린다. 다시 후훅하고 배가 불룩 튀어나온다. 언제쯤 고칠까. 이 초고도 중부지방 비만 합병증들아 제발 2026년엔 멀리 떠나가란 말이다. 마른 비만 복부비만 지긋지긋하면서도 내 소원은 은이 세끼 대파 송송 떡볶이 실컷 먹어보고 죽는 거다. 그러니 우울해도 끝까지 살 거다!
어느새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비밀보장은 삶에 스며들어 함께 살고 있다. 솔메이트이자 멘털케어센터인 비밀보장이 있어 죽을 것 같이 아파 미치겠는데 아직 살아있다. 입구와 출구가 있는 터널도 아닌 끝도 없는 지하동굴에 갇혀 지내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 일생의 꿈이 잠든 채 하늘의 별이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없이 꺼지는 지하동굴을 걷고 또 걷듯 이제는 은이세끼의 모든 메뉴를 마음껏 먹어보고 싶은 꿈이 를 다 먹어보고 싶은 꿈이 있어 외로운 혼수상태지만 견뎌내고 있다.
작가가 되고자 국문학도가 되었고 글 쓰는 일 곁을 수년 동안 맴돌며 나이를 먹었다. 졸업장이 꿈을 이뤄주진 않았다. 하지만 문학이 주는 위안의 담역대가 얼마나 깊은지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체감했다. 접어야 하는데도 나의 꿈이 아직도 작가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 건 쓸쓸한 환희다.
유아기 때부터 외가와 친척집들, 엄마의 새혼 가정에서 결혼 전인 서른 살 정도까지 밥 먹기 사투를 치렀다. 마흔 중반인 나는 지금도 먹기 전쟁 중이다. 혼자 자유롭고 평화롭게 먹기를 꿈꾸며 혼자 있을 때는 하찮은 식품이라도 상관없다. 나를 위한 요리 따위는 필요 없다. 무엇이든 먹을 수만 있으면 된다. 나를 위해 음식을 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노동에너지에 대한 전기 수도 등 생활비 지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과일 껍질이나 닭뼈에 붙은 약간의 살이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사치이다. 배가 터지게만 먹고 싶다. 누가 남긴 밥이라도 괜찮으니 끝없이 먹는 시간이 허용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거나 계속 먹을 수 있는 계식가이다. 껍질 씨앗 뼈다귀의 살도 나에겐 감지덕지다. 집에 혼자 있으면 점점 괴물이 되어 간다. 괴식가가 되어 간다.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식사의 자유와 자비를 보통인처럼 느끼지 못한 30년 삶의 폐습은 쉽게 고치기 어렵다. 안 그러면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떠난 오전부터 그 몇 시간 동안 나는 아무 식품을 그렇게 먹을 수 없다. 날라면과 볶은 땅콩에 그리 목숨을 걸 수 없다. 제발 나라는 전두엽 일병의 미친 식탐과 고장 난 식사시계가 이제 정말 잘 수리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은이 세끼 모든 메뉴 도장 깨기 할 거다. 꼭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