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철학 교수 2024. 12. 17. 인터뷰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지만, 원로에게는 좀 더 기대하게 된다. 오랜 경험과 쌓은 공로를 바탕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들, 특히 청년들에게 지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평소에 존경할 만한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형석 교수님 인터뷰가 반가워 클릭했다. (그러한 이야기가 부족한 이유로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존경할 만한 어른들이 실제로 많지 않다는 것과 그러한 어른들은 조용히 생활하여 대개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 둘 다일까?)
그런데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고 실망했다.
우선, 그는 계엄 후 사태의 책임은 대통령에 있다고 하면서도 인터뷰 전체에 걸쳐 그 책임을 주로 민주당에게 묻는 듯하다.
사태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그 원인은 야당이 만들었다는 것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민주당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뀝니다.
민주당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보수당(국민의힘)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지적은 왜 안 하실까? 그 점이 매우 이상하다.
김 교수의 계엄 사태 분석에 문재인 정권의 실정은 비중 있게 논의되면서도 윤 정권에 대한 평가는 간략하게 다루어지는 점도 눈에 띈다.
둘째, 아래 대목에서 교수님이 평등을 협소하게 이해하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의(正義)를 ‘권력을 가지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권력 국가로 다시 후퇴합니다. 정의란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의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좀 더 평등한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평등한 사회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평등의 가치를 너무나 쉽게 (깊은 논의 없이) 내치고 더 나아가 독재와 연관 짓는 것은 철학자답지 못하다.
끝으로, 법치국가 다음 단계가 질서국가라고 말하시는데, 질서국가란 결국 성숙한 법치국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질서국가'라는 개념이 유용한지, 그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