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일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일을 나만 이렇게 어렵게 느끼는 걸까."
"이 고민을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까."
"회사를 돌보는 나는, 누가 돌봐줄까."
채용, 평가, 보상, 조직문화, 노무까지.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HR 업무를 경험했고 팀장 역할도 맡아왔지만, 막상 중요한 고민일수록 혼자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내부에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쌓이고, 찾아본 자료들도 내가 처한 맥락까지 정확히 짚어주지 못한다.
이런 경험 속에서 HR 담당자에게 네트워크 모임과 실무 스터디는 단순한 정보 교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HR 프렌즈 10기 리더스에 지원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리더스 첫 모임에서 도착한 순서대로 자리에 앉아 가벼운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누군가 도착하면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다.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과 최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 곧 익숙한 반응이 이어졌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 상황, 정말 고민되죠."
실무자 네트워크 모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의외로 비슷하다. 채용이 잘되지 않는 문제, 성과는 있지만 조직을 힘들게 하는 구성원, 대표와 직원 사이에서의 조율. 회사는 달라도 HR 담당자가 마주하는 고민의 결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야기를 듣는 사이, 막연했던 나의 고민이 언어를 갖기 시작했다. 이건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HR 역할이 가진 구조적인 고민이라는 인식. 이 인식은 문제를 감정이 아닌 구조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 순간부터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조급함 대신 맥락을 읽게 되고, 단기 해결보다 장기 설계를 고민하게 된다.
책에서는 없는 답
HR 관련 책과 강의는 많다. 하지만 실무 현장은 늘 다르게 움직인다.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제도라도 조직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실제 인사팀장 이라면 한번 정도 경험 했던 사례가 있을것이다.
평가 제도를 바꾸려다 팀장들의 반발로 시행이 미뤄진 경험 타운홀 미팅을 통해 구성원 반응을 고려해 부분 도입으로 방향을 틀었던 사례. 아마도 이런 경험은 한번 이상은 했을 것이다.
HR 실무자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얻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우리 회사만 유독 뒤처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시행착오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는 감각. 이 감각은 다음 결정을 내릴 때 HR 담당자의 판단을 훨씬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HR 담당자는 조직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는 역할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자리는 많지 않다. 내부에서는 늘 관리자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감정은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하지만 인사담당자 네트워크 모임에서는 다르다.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상황이 이해된다. 판단을 평가하기보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분위기 속에서 HR 담당자는 잠시 역할에서 내려올 수 있다.
문제가 즉시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그 상황이면 충분히 고민될 수 있다는 한마디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HR에게 학습의 공간이자, 동시에 회복의 공간이다.
HR 프렌즈 10기 리더스 6개월 여정이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첫 모임에서 느낀 공감과 연대감이 앞으로 어떤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함께 걸어갈 동료들과의 6개월, 그 첫걸음을 내딛는 지금이 가장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