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게으른 게 아닙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소파에 녹아내려 핸드폰만 보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나 오늘 뭐 한 게 있지?"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책하게 되죠.
운동도, 자기계발도, 집안일도 하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와 신경계의 에너지 사용 방식 때문입니다.
사람은 하루 동안 두 가지 종류의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는 '활동 에너지'입니다. 일하기, 움직이기, 집안일, 대화하기처럼 실제로 행동할 때 쓰이는 에너지입니다.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활동에 사용되죠.
두 번째는 '방어 에너지'입니다. 긴장 유지, 눈치 보기, 실수하지 않으려는 집중, 감정 억제, 분위기 파악에 쓰이는 에너지입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문제는 현대인의 일상이 방어 에너지를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업무, 인간관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 실수하면 안 되는 중요한 상황들이 하루 종일 연쇄적으로 이어집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받는 순간들이 끊임없이 찾아오죠.
겉으로 보면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만 하는 것 같지만, 몸은 계속 경계 상태에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비상근무 중이고, 교감신경이 과하게 활성화됩니다. 이때 몸은 쉬는 시간에도 '아직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퇴근할 즈음이면 활동 에너지를 쓸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미 방어 에너지로 대부분을 소모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뇌가 선택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에너지를 더 쓰지 않는 방향'입니다.
그래서 판단력이 느려지고, 의욕이 사라지며, 가장 에너지 소비가 적은 행동만 남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누워서 핸드폰 보기'입니다. 이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신경계가 과부하를 막기 위해 작동하는 '에너지 절약 모드'입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이 이미 하루 종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린 결과입니다. 활동 에너지보다 방어 에너지가 훨씬 더 많이 소모되었고, 뇌는 더 이상의 에너지 지출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활동만 허용하는 것입니다.
퇴근 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 전투를 치렀습니다. 업무 압박, 복잡한 인간관계, 끊임없는 시간 제약, 계속되는 연락과 업무 요청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버텨내느라, 일상을 지켜내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