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11화 : 범죄도시, 기억을 마주하다

Before My Breath is Scattered•Kimisoo K.

by 잠시 동안

뉴욕에 살며
그동안 한국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범죄도시 2가 미국에서 상영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이름 하나가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그래서 1편,
범죄도시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문득 스쳐 지나간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선생 김봉두


— 저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기억합니다.


1987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답니다.”


그 대사를 들었을 때
저는 한동안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화가 났습니다.

그 많은 대학생들의 목숨 위에 세워진 자유.


그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지금에
깊은 감사와 애도를 드립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


— 다르다는 것은
다르게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름도 하나의 존재이고
함께하는 가족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범죄도시.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남은 것은
짧지만 강한 대사들이었습니다.

적지만 의미 있는 한 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이 정도로도 많이 조율되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복합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은
아마 더 잔인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들에게는
돈과 영역의 싸움이었습니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더 서늘했습니다.

두 번째로 남은 것은
형사 캐릭터였습니다.

평범하게 떠올리는 형사의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짧은 머리의 전형적인 형사도 아니고
조폭 같은 분위기라고

슈퍼히어로 같은 체구에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

그런데 그 입에서
뜻밖의 인간적인 농담이 나옵니다.

잔혹한 장면 위로
툭, 하고 던지는 유머.

그 순간
피로 물든 화면이
잠시 투명 수채화처럼 엷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머가
잔인함을 더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미국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도구가 총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맨주먹, 쇠파이프, 쇠사슬, 도끼, 칼.

몸과 몸이 직접 부딪칩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피가 진하게 보입니다.

손으로 눈을 가려야 하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옵니다.

잔인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잔인함을 정면으로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들 속에서
카메라는 끝까지 따라갑니다.

숨을 몰아쉬듯.

그 열기와 속도를 느끼며
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그리고 같은 시기,
범죄도시 3


— 야쿠자와의 대결.

‘야쿠자’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일본에 낮은 경찰이 지키고
밤은 야쿠자가 지킨다는 말.

조직의 이름보다
그 분위기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오사카,
도쿄,
교토.

그들의 나와바리.

나는
그저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어딘가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

따뜻했던 히레사케의 향,
오모테나시라는 단어가 주던 부드러움.

그 모든 기억이
영화 한 편을 계기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벽돌폰을 처음 만졌던 시절부터
지금 아이폰을 사용하는 현재까지.

수많은 강산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뜻밖의 사고로
예전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게 된 현실 속에서

가끔은
이렇게 영화를 통해
과거의 나를 잠시 꺼내 봅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제자리로 돌려보냅니다.

오늘 하루만
그 시간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다시
딸아이의 장애인 엄마로
현재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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