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라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온 대사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이 대사에 공감할 것이다. 가족이라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니 말이다.
드라마 <굿파트너>는 가족, 특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부부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차은경(장나라)은 로펌 대정의 이혼 1팀을 맡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이다. 여러 방송과 강연에 출연하는 유명 변호사이기도 하다.
차은경 변호사의 이혼팀에 신입으로 한유리(남지현) 변호사가 들어오게 된다.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한유리 변호사는 애초에 기업팀을 지망했으나 이혼팀으로 배정받게 되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혼팀에서 좋은 실적을 내면 기업팀으로 옮기도록 해주겠다는 차은경의 말에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먹는다.
드라마는 각 에피소드별로 이혼 사건을 맡긴, 사연 있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그 과정에서 신입 변호사 한유리가 유능한 이혼 전문 변호사로 성장하는 서사를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법정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직장 선후배 사이인 두 여성이 서로 도와주고 협력하며 우정을 나누는 버디 드라마이기도 하다. 버디 무비 (buddy movie)란, “친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 “buddy”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명의 단짝이 주인공인 장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 <태양을 향해 쏴라>, <레인맨>, <투캅스> 같은 영화가 버디 무비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기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든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든 버디 장르는 거의 대부분 두 남성의 우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델마와 루이스>는 두 여성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의 우정을 보여준, 남성 중심 장르인 버디 무비에서 극히 예외적인 여성 버디 무비였기 때문에 젠더 비평 관점에서 특별히 더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였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성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서로 경쟁하거나 갈등하는 등 대립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드라마 <굿파트너>는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주인공 캐릭터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두 여성 주인공이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면서 두 인물 간의 우정과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여성 버디 드라마로써도 신선한 장르적 재미를 주는 것이다.
차은경과 한유리는 이혼 과정을 겪는 의뢰인들을 위해 조정에 참석하고 재판정에서 변호를 한다. 드라마는 의뢰인들의 사건과 더불어 차은경 변호사 역시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겪게 되는 또 다른 플롯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두 사람의 딸 재희의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한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남편 김지상은 차은경이 가정을 소홀히 하고 일만 했다고 비난한다. 차은경의 가족은 워커홀릭 엄마와 대조적으로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대부분의 한국의 드라마에서 재현되었던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현대 사회의 변화된 가정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 캐릭터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전형적인 해피엔딩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선배는 왜 항상 기본 김밥만 드세요?”
“이게 제일 빨리 나오잖아”
차은경 변호사는 워커홀릭 변호사로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며 일을 한다.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변호사는 주로 화려하고 세련되고 속물적인 경향이 있는 인물들로 많이 그려져 왔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다지 화려할 것도 없이 일만 하는 변호사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남편은 딸이 좋아하는 요리를 잘하고, 책을 읽어주는 좋은 아빠였다. 반면 차은경은 딸이 좋아하는 음식도 잘 만들지 못한다. 그래도 딸을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차은경의 진심은 통했던 걸까. 결국 딸은 외도를 저지른 아빠가 아닌 서툴지만 사랑 가득한 엄마와 함께 하기를 선택한다. 이혼 후, 아빠 없이 떠난 여행지에서 두 모녀는 무너지고 슬퍼하지만, 다시 견뎌내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 나오는 어느 등장인물도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는 없다. 스스로 일어서고 이혼의 슬픔이 닥쳐도 이내 극복하고 일어선다.
드라마 제목 “굿 파트너”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변호사가 로펌에 입사하게 되면 처음에는 어쏘 변호사로 불리며 일하다가 연차가 몇 년 이상 쌓이면 파트너 변호사로 승급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차은경이 파트너 변호사로서 굿 파트너인 것처럼 말이다. 또한 차은경과 한유리는 서로에게 직장 동료로서 한 팀을 이루는 좋은 파트너이기도 하다. 나아가 부부 사이에서의 상대방도 서로에게 파트너로 볼 수 있다. 나는 과연 나의 가족에게, 동료에게, 궁극적으로 나 자신에게 굿 파트너일까.
필자가 원불교신문(wonnews.co.kr)에 연재중인 칼럼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