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존기
브런치 글을 읽어보았어요.
편하신 시간에 차 한잔해요.
간단한 제의였고,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건 감사한 일이기에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1주일, 글과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편안했고, 자유로웠다.
무엇보다 부담 없이 할 말 안 할 말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새삼 놀라고 있었다.
상담을 마치고 나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뭐해요?
상담했어요.
00 씨 마음은 어때요?
타자를 치던 손이 멈칫했다.
일순간 일렁이는 고요 속 뭔지 모를 울컥함이 꿈틀 하는 것 같았다.
00 씨 마음은 좀 어때요?
내 가까운 지인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던 말이었다.
늘 일을 마치고 나오면 오늘은 어떤 내담자였는지, 상담이 힘들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아봤지.
저런 표현은 난생처음이었다.
상담이 업인 나는 늘 타인 마음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게 일이다.
그런 내게 안부를 묻는다니.
그것도 슈퍼비전(사례 분석 자리)이 아닌 일반인에게서 저런 이야기를 듣다니.
생각도 못해봤던 질문이었다.
내 마음의 안부를 묻는 사람.
참 고마운 사람.
덕분에, 나도 내 마음의 안부를 물었다.
여전히 그는 내게 종종 묻는다.
그래서 00이 마음은 좀 어때?
내 마음의 안부를 묻는 사람.
그로 인해 나는 요즘 세상에 없던 행복을 느낀다.
당분간은 이 행복을 만끽하며,
나를 찾는 이들의 마음에 안부를 더 잘 물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