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와 레미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클로즈〉

by 나나꽃

앞뒤로 서서 꽃밭을 걷듯,

사랑과 우정의 경계선을 걸어가던 모호한 황홀함 속의 레오와 레미.


어느 날 두 소년 사이에 예정된 감정의 균열이 시작되고...

두 마음이 아슬아슬한 예각을 이루다 꽃밭을 뒤엎는 듯한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절제된 연기, 정교한 영상,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두 소년 자체로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우아하게 펼쳐진다.


동성과 특별한 관계였던 적은 없으나(심쿵한 적은 세 번 있다), 왠지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온 듯 가슴 아프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던 영화 <클로즈>.



친구가 전부인, 서로 밀착된 십대. 특히 여자애들은 그렇다.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해 떠나보냈던 친구들 얼굴이 화석처럼 떠올랐다. 나는 홀딱 벗은 나를 절대 보여주지 못했다(옷을 벗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 없기). 십대였기 때문에, 그런 나는 영원토록 함께할 친구를 가질 자격이 없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십대에 큰 구멍을 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휴, 왜 그래쪄.


여튼, <클로즈> 같은 영화와 꼭 어울리는 극장으로 ‘에무시네마’만 한 곳이 있을까. 오랜만에 찾아간 나의 완전 소중한 극장 에무시네마.

영화가 끝나고, 열어젖힌 커튼 밖으로 보였던 눈부신 초여름. 레오와 레미가 그곳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여운이었다.


지하 갤러리와 일층 카페와 2, 3층 영화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사계절출판사 소유라고 한다. 멋진 여성 사장님이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를 좋아해 그의 이름을 두 자로 줄여 '에무'라고 했다는 ‘썰’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라고 하고서 홈페이지를 찾아 ‘about emu’를 보니 검은 외투와 모자 차림의 성직자 모습으로 에라스무스가 “나 맞아” 하고 있다.


영화관은 두 관 모두 객석이 50석쯤 되려나?

유리창으로 주택가가 내려다보이는 미니 영화관.

화장실 가는 통로의 전면 유리창 밖은 조그만 숲이 코앞이다.


10년 전 이곳을 발견했을 때,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었지.

좋은 공간은 단 하루라도 삶의 질을 높여준다.


2인용 소파가 두 개 놓인 좁은 통로 유리창으로 내려다보였다.

작은 뒤뜰에서 열리고 있는, 관객 세 명의 작은 콘서트.

이것으로 충분하다! 싶었던 날.

나의 완소 공간 목록을 만들어봐야겠다.


에무시네마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