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것은 쓸데없지 않다
정보를 발신하는 때 발신 비용이 든다. 경제적 비용, 심리적 비용, 물리적 비용.
인터넷은 이를 크게 경감시켰다.
우편을 부치고 편지를 쓰던 것을 이메일 버튼을 누르고
블로그로 발전했고 블로그에서 더 짧은 문장이 일반적인 흐름으로 변화했다.
모바일 단말기가 나오며 발신 비용은 더욱 줄어들었다. 컴퓨터가 있는 곳에 가서 앉아서 전원을 켜고 앱을 켜고 글을 작성했다면 이제는 장소를 이동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 전송한다.
정보를 발신하는 비용은 동기성과 비동기성에 따라 달라진다.
전화는 상대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툴이다. 이메일은 일단 보내 두면 시간이 빌 때 읽는다.
메일 같은 미디어는 비동기적인 미디어이다. 자기 형편이 좋을 때만 참가하면 되므로 발신자, 수신자 모두에게 비용이 낮다. 때문에 참가자가 늘어난다.
사람들은 단지 발신하기 쉽거나, 번거롭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를 발신하지 않는다.
기업은 유저를 향해 정보를 보낸다. 우리회사는 이런 제품을 판매합니다. 최대한 빠르고 크 목소리로 능동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기업이 정보를 발신하는데 단점도 있다. 예를 들면 아이디어가 노출되고, 비슷한 서비스가 줄지어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어차피 일어날 일이고 경쟁사가 따라 하면 또 새로운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발신하지 않고 숨기는데 이점이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만 알고 경쟁자와 거래하는 사람이 모르면 더 좋은 조건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러한 이점은 사라져 버렸다. 내가 아무리 숨겨도 누군가에 의해 그것은 공개된다. 이제는 정보의 비대칭은 별로 없다.
개인이 정보를 발신하는 데는 이점이 많다. 공개하기만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각자의 측면에서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서비스를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피드백을 줄 것이다. 이런 반응은 분명히 자신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개인이 정보를 발신할 때는 자기가 가진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인지 부조화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할 때는 머릿속에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더 명확하게 만들고 잘못 생각했던 빈틈을 채울 수 있다.
사회적 승인이 가져오는 쾌감. 개인이 정보를 발신할 때는 재미있었다, 고맙다 라는 독자로부터의 반응이 온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좋아요, 구독, 공유, 뷰수, 댓글, 리트윗 등의 도구가 있다.
사람들은 '재미있다' '제법이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미묘한 차이를 공유하며 서로 알아주는 것이 쾌감이다.
그거 좋지의 그거를 말로 설명하려면 오만가지 말을 써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거 좋지"라는 네 글자로 말해 버리는 것은 대단히 고밀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렇게 언어가 아닌 부분, 틈새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소비에서는 항상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자극을 구한다.
'고 맥락'이 앞으로의 인터넷, IT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데에 더욱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vs 말하지 않아도 이해한다.
아마존은 대단히 다종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지만 원래 책 판매에서 시작했다.
xx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oo라는 사람이 쓴 ㅁㅁ라는 제목의 책은 어떤 서점에서 사도 같은 물건이다. 결국 동네책방에서 사든 인터넷에서 사든 내용이 같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디에서 사도 똑같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사는지도 모른다. 이런 합리적 사고방식은 일면 위험성도 내포한다. 누구에게 사도 같은 것을 판다는 것은 자연히 양적 승부로 판가름이 난다.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는 업자는 구매 가격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값도 싸진다.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업자 역시 가격을 내려야만 하는 가격경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렇듯 낭비가 없는 합리적인 비즈니스 인지도 모른다. 다만 낭비가 없는 세계는 머지않아 대가를 치르게 된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
어느 날 어느 마을에 수상한 회색 무리가 찾아온다. 그들은 "시간 저축 은행에 시간을 맡기면 나중에 여유를 가진 시간이 되돌아와요. 그렇게 하면 여유를 가진 인생을 보내게 돼요"라고 마을 사람을 꼬드긴다. 속아 넘어간 어른들은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자꾸 절약한다.
이발소에서 이발하는 중에 손님과 잡담하던 시간도 쓸데없다고 없애버린다.
물건을 산다는 것은 단지 물품을 사는 것만이 아니다. 그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사거나, 파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사는 것이다. 인터넷이란 그것을 실현할 힘을 가진 툴이다.
다이소라는 회사는 100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 손님들이 가게에 머무는 30분이라는 시간을 판다.
진열된 100엔 상품을 보며 '이것을 산다면 생활에 어떤 구색이 늘어날까' '이런 것도 100엔에 파는구나' '이런 것도 새로 나왔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을 판다는 것이다.
그것을 사는 자신의 이야기와 같은 것들을 전부 통틀어 판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고 맥락적인 사고방식이며 비즈니스 방식이다.
쇼핑이 즐거운 것은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여백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인터넷 속의 단순한 가격 경쟁에 빠져 버리는 현상에서 구해줄 것이다.
쇼핑은 엔터테인먼트다.
쓸데없는 것은
쓸데 있는 것을 쓸데 있게 하기 때문에
쓸데없지 않다.
아마존에서는 달걀을 자신이 소비할 1팩이나 2팩만 사지만 라쿠텐에서는 160개를 대량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대량으로 구매해서 친구들에게 나누어준다.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커뮤니케이션 소비이다.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