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 천지 차이
업무 경력 20년, 육아 경력 10년
교집합을 따지면 10년이고 합친다면 무려 30년이나 쌓인 경력이다.
일할만큼 해봤고 아이도 다 키웠네 소리를 들을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회사에서는 속도를 내야만 하고, 집에서는 끊임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위기의 주부들 시즌 몇을 찍고 있는 건지.
처음에는 일도 부모라는 것도 모두 낯설었다.
실수해도 '처음이라서' 이해받았고, 부족해도 '처음이니까' 용서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처음이라도' 잘해야 한다. 실수 없이, 망설임 없이, 능숙하게.
업무도, 육아도, 심지어 나이 듦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말이다.
처음이라서 서툴렀던 그때와 처음이라도 잘해야 하는 지금, 한 끗 차이 같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꽤 크다.
같은 시행착오라도 의미가 달라지고, 같은 고민이라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일도 불쑥불쑥 처음처럼 낯설 때가 있다.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해온 보고도 발표를 앞두고 망설여지고 아이의 사춘기 앞에서 또다시 길을 헤매고 있다. 끝없는 처음의 반복을 만나는 것 같달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 믿었는데, 현실은 매 순간이 또 다른 처음이다.
'처음이라도'라는 기대에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어디에도 '처음이라서'라는 말을 꺼낼 수 없어 끙끙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처음이라도 괜찮아"
어쩌면 익숙함은 수많은 처음이 모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앞으로의 나는 어떤 처음을 어떻게 마주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