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플쌤 Jul 14. 2021

그럼에도 내가 말레이시아를 떠나지 않는 이유


팬데믹 이후 참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시아의 삶을 정리하고 떠나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을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져서 아이의 유학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의 진로를 위해..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말레이시아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요즘 말레이시아의 상황은 하루하루 더 나빠져만 간다.

하루만 명 가까이 나오던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자꾸만 늘어가 어제는 처음으로 만 명을 넘어섰다.

확진자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는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생필품 구입을 목적으로 한 가정에서 한 명씩만 외출이 허용되고 있다.


매일매일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나마 있던 일정인 아이들의 온라인 학교생활도 여름방학으로 인해 없어진 상황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야 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한국행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족과도 떨어져 집에서만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는 할까.. 현실적으로 미래를 짐작해보기도 한다.




난 말레이시아에 2년 가까이 살면서 한국에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

팬데믹 이전엔 갈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후로 한국 행을 미뤘었고 그 후엔 코로나가 시작되어 한 번 한국으로 나가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왜 말레이시아에 계속 남아있는지 아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남편도 한국에 있는데 아이들만 데리고 외국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일거라 짐작이 된다.



나도 한국행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갑갑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해외 살이라는 선택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이곳의 삶을 접고 아이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은 아닌지 사실은 내 머릿속도 조용하지만은 않다.


아이들에게 의견도 물어보기도 했고 또 나 스스로도 어떤 걸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한국에 나가야 할 이유보다는 나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이 떠올랐다.





내가 한국행을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전 문제이다.


이 시국에 아이들과 장시간 비행기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게 불안하게 느껴진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까지의 비행은 여섯 시간 이상인데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 각종 절차가 진행되는 시간을 포함하면 꽤나 긴 시간 동안 불안함과 피로감을 느끼면서 아이들과 있어야 한다.

한국에 다녀오는 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정말이지 난 자신이 없다.


게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격리를 해야 하고 코로나 검사도 여러 번 받아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그 모든 과정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엄마를 닮아 겁이 많은 아이들도 그 과정들을 겪기 싫다고 나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다.


이동이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말레이시아 살이는 사실 답답하고 지친다. 하지만 집에 붙어있기만 한다면 적어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일은 없으니까... 

그런 점에선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맞다고 생각이 된다.



내가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는 두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에 있다.


우리가 처음 말레이시아행을 결정했을 땐 남편과 다 같이 말레이시아로의 이민을 계획했었다. 때문에 한국에 있던 집을 정리하고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우리가 한국을 비운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집값은 말도 못 하게 높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집을 구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게 당연하다. 더군다나 이런 코로나 시국에 다시 한번의 큰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도 참 부담이 된다.




세 번째 이유는, 한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돌아다니거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 아이들 친구들도 만나고 내 친구들도 만나고 또 가족들도 만나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서로에게 부담이 되기도 할 것 같고..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시아에서의 답답한 일상을 귀국 이유의 하나로 꼽는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 말레이시아는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락다운을 하는데 집에서만 있어야 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이 많은 이들을 지치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의 정신없던 하루하루가 버거워서일까..


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요즘의 일상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무엇이든 한 템포 느린 요즘.. 하루를 온전히 나와 가족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요즘의 상황에서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관심을 갖고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이왕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시간을 철저히 즐겨보기로 마음 먹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레이시아, 다시 락다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