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어릴 땐 그냥 친구와 노는 게 즐거웠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어울리는 게 삶의 재미였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찾는 것도 쉬웠고 함께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의 친구란 그저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존재였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친구 관계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조금 더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다.
친구들 간에 서로 고민을 공유하고 마음으로 그 고민들을 이해해 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어떨 땐 친구에게 닥친 어려움과 문제에 본인이 더 슬퍼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 때의 우정이 인생의 다른 어떤 시기에 만난 친구관계보다 더 깊고 돈독하지 않았나 싶다.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들어가 보니,
친구라는 관계 속에서 '질투'라는 감정이 조금씩 싹트게 되는 것 같다.
이성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를 질투하기도 하고
교수님께 인정받는 같은 과 친구를 질투하기도 하며
재능이 많아 잘 나가는 친구를 질투하기도 한다.
이 질투라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봐주기보다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으며 여러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하며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기쁨에 동참해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에 그 친구가 딸아이와 나눈 대화 내용을 말해주었다.
"엄마, 어떤 친구가 더 좋은 친구일까요?
내가 힘들 때 함께하며 위로해 주는 친구, 혹은 내가 기쁘거나 잘될 때 축하해 주고 기뻐해주는 친구 중에서요."
그 말에 친구는 힘들 때 위로해 주는 친구가 더 좋은 친구가 아닐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아이는
"아니에요 엄마~ 진짜 좋은 친구는 기쁜 일이 일어났을 때 함께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친구예요."
친구에게 대화 내용을 전해 들으면서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의 딸아이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해볼 만한 생각을 어린 나이에 벌써 깨달았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보다 좋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건 언제나 기꺼이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상황보다 조금 나은 듯 보이는 나의 상황이 참 다행이라고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가까운 사이라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행복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상한 마음...
다른 사람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는 여유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다른 사람의 행복 앞에서 초라한 나 자신을 발견하기보다는 진심을 다해 공감해 주며 기쁜 마음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