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 - 포항살이 후기

by 정월

그저 나로 살고 싶다는 생각과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서 글을 쓰게 되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그럼에도 기록을 하고 싶은 어리숙한 어른의 첫 발걸음이 바로 포항살이가 되었다. 내게 포항살이의 경험은 글에 대한 터닝포인트로 이어졌다. 기록을 시작한 지 3개월 차 접어든 글린이지만, 브런치로 글을 남기는 과정들이 행복한 요즘이다.

이전의 삶을 돌아보면 흘러가는 강물, 그 유속을 이기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흘러가는 그 유속에서 헤엄도 치고 튜브도 타고 잠수도 한다.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했을 뿐인데, 여전히 흘러가는 상황일지라도 그 과정들이 즐겁다. 역시 어떤 시선을, 어떤 장면을, 그 시간들의 나를 남기는 과정들이 흥미롭고 재미가 있다. 그렇게 포항살이는 내게 ‘기록이 삶을 붙잡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려준 시간이었다.


사실 포항살이는 아무 생각 없이 3편으로 구성했는데, 브런치를 활용하다 보니 뒤늦게 브런치북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이라고 하기엔 아주 초단편, 아니 소개글로 끝낼 수 있는 분량이지만 첫 글의 모음이다 보니 책으로 묶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런치북을 만드는 조건이 최소 10 편부터였다. 이럴 수가...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나의 손발은 365일 고생 중이다. 그래서 10편으로 만들기 위해 사진부록 3편과 외전 그리고 후기를 추가로 구성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구성을 반듯하게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 날 것의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기록에 남기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글도 그림도 내용이 부실하고 부족함이 많다. 글의 구성을 살펴보면 일관성 있지 않고 느낌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고 훗 날 봤을 때 글의 구성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내 삶의 일부니까. 그저 나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바라보기로 했다.


처음 포항살이를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낯선 환경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나. 안정감을 찾기 위해 숙소를 둘러보며 가장 안정적인 공간을 찾던 나.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느덧 동네 지리를 얼추 외워, 길 찾기 앱을 활용하지 않고 외출하던 나. 잘생긴 고양이와 우연이 이끈 할머니와의 인연, 글로 남기지 않았지만 숙소로 걸어가던 길에 방문했던 따뜻한 분위기의 서점.

나는 곳곳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따스함 속에 평안을 누리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순간이 마음의 한편에 남아, 눈을 감고 그곳을 떠올리면 그 느낌이 살아난다. 조용한 동네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온기가 깃든 안부대화, 바다가 보이는 고요한 방. 그리고 그 장면들 속의 나.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포항살이의 짧은 산책으로 마무리 인사를 하며 떠난 날도 떠오른다. 영일대 바다를 걸으며 숙소가 있던 마을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아쉬움이 길-게 남아있지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나의 안식처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나의 잠들지 못한 밤, 포항살이는 엔딩을 맞이했다. 크게 확장된 정월의 열린 결말로,

열린 결말은 또 다른 시작으로 그렇게 계속 이어 나가겠지.


브런치를 시작하며 가장 첫 번째로 남긴 글 내용 중엔 이런 글이 있다.

“어떠한 우연으로 이 글을 접하게 되신 분들은 생각 없이 편안히 제 삶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전하고픈 그다음 글을 여기에 남깁니다.

제 소소한 삶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상. 포항살이의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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