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못한 일과의 기록.
외전은 포항살이를 하며 미처 기록하지 못했던,작고 짧은 일상들을 모아둔 글이다.
외전 기록의 다른 점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일상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느끼는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은 특별한 일상이 되게 한다.
이날이 그랬다.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요소들이 삼박자를 이루었다! 이곳, 이 시간에 먹었던 돈카츠가 정말 맛있었다. 나는 돈카츠를 처음 먹어보는데, 바삭하고 두툼한 모양새와 달리 안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특히 트러플오일을 살짝 곁들여 먹었을 때 느끼던 그 만족감은 정말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동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 맛있는 걸 놓치고 살 순 없지.
식당을 나온 후 큰 도로를 따라 걷던 해변 산책로.
바다 너머 알록달록 반짝이는 야경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파제를 덮는 파도소리가 어찌나 시원한지, 소화제를 마신 것처럼 가득 찬 속도 시원하게 내려가는 듯했다.
잔잔한 비도 내렸는데, 실선 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길이 꽤나 운치 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함께 걷는 길이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 걸까.
그다음 날 동생들과 함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방문했다. 거리를 둘러보던 중에 까멜리아가게를 발견하여 기념사진으로 한 컷 찍었다. 티비에서 보던 드라마의 장소를 직접 눈으로 보다니, 신기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쏟아지는 비를 대비하지 못한 우리는 서둘러 찻집을 방문했다. 오래된 가옥의 분위기와 깔끔하게 잘 관리된 여유로움이 느껴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살짝 TMI이긴 하지만 이 사진을 올린 이유가 있다. 사진을 보면 창 너머 다른 공간, 그 공간의 문을 넘어 또 다른 공간이 이어지는 느낌들이 좋다. 사적인 공간을 보장되면서도 한 공간인, 이렇게 공명되는 느낌이 좋다.
이곳의 밀크티는 신세계다. 티 한 모금으로 느껴지는 차의 깊은 풍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함께한 동생들에게 바로 밀크티를 한 모금씩 권했는데 맛본 아이들의 눈들도 나와 같았다. 정말, 정말 맛이 좋았다!
신세계에 발을 들인 나는 차를 좋아하지 않던 과거를 내려놓고 기어코 여러 종의 차를 사 왔다.
나는 차가 주는 차분함이 좋아서 간혹 진정제처럼 마시곤 했는데, ‘풍미’을 가진 차의 맛을 알게 된 이후로는 종종 차를 마시게 되었다.
이렇게
경험으로 얻는 새로운 세계는 언제나 환영이다.
포항살이를 계획할 때 맛집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체크리스트에 들어간 가게가 마침 여기 있었다. 신이 나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맞이해 주신 분이 외국인이라 잠시 주춤했다. 머릿속에 급하게 영어를 호출하느라 행동이 뚝딱 걸렸는데, 반갑게 한국말로 인사하셨다.
“어서 오세요. 주문은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주문하고 포장을 기다리는데 서비스로 하나를 더 챙겨주셨다. 친절하고 맛있고, 캐릭터도 귀엽고 한마디로 GOOD이었다.
저녁에는 범촌매운탕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특이하게 메기를 갈아서 추어탕처럼 먹는 곳이다.
국물이 매콤하고 칼칼 하이, 입맛을 돋우고 솥밥과 갖가지 반찬들의 조합이 좋아서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사진은 식당 마당에 서 있던 나무인데 풍성한 나뭇잎의 결이 찰랑이는 것처럼 느껴져 자꾸 시선이 갔다. 어쩌다 밤에 보는 나무가 오싹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 나무는 조명를 받아서 그런지 오히려 나무종족의 스타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추어탕의 맛보다 멋들어진 나무가 기억에서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숙소를 나와 마지막으로 짧은 산책을 했다. 아쉬움이 늘어나 바닥에 붙은 건지,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가 않았다.
이곳이 특출 나게 특별했던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인상 깊은 곳이 돼버렸다.
조용하던 동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웃들의 정다운 모습 그리고 바다. 내게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버렸다.
나의 작은 안식처, 포항. 또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