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공들이는 노력
2025년 9월 1일 자로 우리 한의원은 개원 2주년을 맞이했다. 작년에는 1주년을 챙길 여력이 없어 얼렁뚱땅 지나갔는데, 올해는 꼭 기념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개원 2주년 키워드는 '감사'. 개원하기까지 도움을 주셨던 분들, 그리고 찾아주신 환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목표였다. 8월 한 달 내내 누구에게,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찾아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어떤 선물을 드리는 게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고, 지난 1년간 매달 평균 환자수를 계산해 선물의 수량도 가늠했다.
품목을 정하고, 기한에 맞게 주문을 하고, 선물드리기 좋게 다시 포장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작업이 이어졌다. 다른 곳에 가서 이런 선물을 받을 때는 별생각 없이 가볍게 받았던 것 같은데, 막상 직접 이벤트를 준비해 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고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었다. 앞으로 어디에서든 서비스를 받으면 더 감사한 마음이 들 것만 같다. 이래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참 중요한가 보다.
처음에는 며칠간 떡을 돌리고 싶었는데, 무더운 날씨 때문에 상하진 않을까 염려가 컸다. 고심 끝에 정한 답례품은 바로 호두과자! 천안 하면 또 호두과자 아니겠는가. 사실 천안 사람들은 주로 선물이나 하지 일부러 찾아 먹을 일은 없어서 의외로 호두과자가 귀하다. 마침 호두과자 9알씩 작은 상자에 포장하고 원하는 문구를 넣어 스티커까지 붙여준다고 하여 9월 첫 3일 정도는 호두과자 선물을 함께 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환자분들께서 참 좋아하셨다. 떡은 보관이 어려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는데, 성공리에 마무리되어 참 뿌듯했다.
그다음은 한 달간 내원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파스와 경옥고 선물이었다. 원래 우리 한의원에서 판매하던 파스가 있어 그걸 따로 포장해 드리려고 했더니 실장님은 반대 의견을 냈다. 크기가 너무 커서 허리 같은 곳 밖에 못 붙여서 작은 크기의 파스를 찾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파스가 주력 상품도 아니거니와 가끔 찾는 분들이 계신데 없으면 아쉬우니 들여놨던 거라 세심히 신경 쓰지 못했었는데, 이런 기회에 환자분들의 니즈도 알게 됐다. 덕분에 여러 업체를 뒤져서 적당한 크기의 파스를 찾아냈고 샘플을 받아본 실장님도 오케이 해서 새로 파스를 들였다.
경옥고는 뭔가 먹을 걸 챙겨드리고 싶었는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일반 음식들은 빨리 상해버리니 한 달 내내 드리기 어려워 넣었던 품목이었다. 2포씩 드리기로 정하고 경옥고 크기에 맞는 비닐도 주문해 새로 포장했다. 그렇게 파스와 경옥고를 개원 기념 선물로 챙겨드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놀랐다. 드셔보신 환자분들 중 많은 분들께서 처방을 받고 싶다며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좋아해 주시니 감사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하게 매출로 이어지니 신기해서 처방하며 재미도 있었다.
얼마 전 한 환자분께서 살면서 겪었던 신기한 일화를 들려주셨다. 20대 무렵 봉사활동을 위해 참가했던 한 행사에서 왠 모르는 일본인 남자가 와서 같이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는 시늉을 하더니 사진을 찍어갔더랬다. 그리고 잊고 몇십 년을 살았는데, 일본인 여자와 결혼하게 된 아들이 장인어른 댁에 와서 무엇을 봤는지 아냐며 그때 그 사진을 보여줬다고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어진 인연이 어떻게 이렇게 연결될 수 있냐며 언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셨다고. 그 후로 환자분께서는 인연이라는 게 참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사셨다고 한다.
나도 이 한의원에 고등학생 무렵 환자로 다녔다. 환자와 의사로 맺어진 인연이, 몇 년 후 사제지간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때론 엄마와 딸처럼, 때론 언니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는 선후배 사이가 됐다. 처음 이 한의원을 양수받겠다고 했을 때 선배님께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전과 달라진 동네 분위기에 걱정도 많이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 한의원이 내 첫 한의원임에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실 많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부족한 나였는데도 이 자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적응해서 해나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며 보람도 많이 느꼈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부원장때와는 180도 바뀌어 있다는 게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진다. 환자 한 분 한 분 나를 찾아주신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 그로 인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배워간다. 매일 내 할 일을 할 뿐인데, 수고했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들으며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지, 또 그 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게 됐다.
감사한 이곳에서 감사한 2년이었다. 신경 쓸 일이 많았지만 2주년을 챙기길 참 잘했다는 마음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함께하는 내내 건강하고 씩씩하게,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싶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