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후 여섯 시, J의 이야기

네 번째 수다 <자기주장이 강한 소심이 편>

by 사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여름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비가 오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습한 기운과 함께 흙냄새를 맡으며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 들어섰다. 오후 여섯 시,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소란스러움이었다.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지금의 삶과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 항상 약간의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평소 어떠한 동기를 갖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던 분에게 인터뷰를 부탁했고 평소의 성격만큼이나 유쾌하게 응해주셨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자리인 만큼 약간의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휴대폰의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영화를 현실로 착각한 여자'의 네 번째 인터뷰 녹음을 시작했다.





Q : 인터뷰를 제안드렸던 당시, 이미 다른 분들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래도 직접 이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고 시작해볼까 합니다.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는데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는 제 삶밖에 살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알 수도 없는 거고. 그래서 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앞서, 저는 되도록이면 본명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스스로를 지칭할 수 있는 애칭, 별명으로 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은데요. 혹시 생각하신 애칭이나 별명이 있으신가요?

J : 안 그래도, 엄청 고민을 했어요. 어떤 별칭을 만들어야 할까, 하고.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약간 자기주장이 센 소심이? (웃음)

Q : 되게 언발란스한데요.

J : (웃음) 되게 극과 극인데. 주장은 센데, 주장을 뱉어놓고 엄청 신경을 쓴다던가.

Q : 계속 마음에 두고 있고.

J : 맞아요. 주장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이 주장을 잘 받아들일까. 기분 상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엄청 고민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기주장이 강한 소심이로. (웃음)

Q : 가장 긴 닉네임이 되겠네요. (웃음) 그럼 일단 편의상 소심이 님으로 줄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하죠.

J : 네, 좋아요.

Q : 인터뷰 전에 자신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직업적인 소개여도 좋은데, 우리가 보통 틀에 박혀 이야기하는 나이와 이름, 사는 곳 같은 소개가 아니라,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을 짧게 소개해주신다면?

J : 음, 방금 앞서 말씀드린 별명처럼 굉장히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적어놓진 않았지만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굉장히 많은 사람이지만 작심 일일도 안 되는, 매일매일 도전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곤 하는 사람이고요. 그리고 언제 세월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제 나이가 몇 인 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정말 숨차게 달려오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Q : 그건 정말 맞아요.

J : 딱히 목표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뭔가 바쁜 게 좋아서 계속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바쁘고 싶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여유롭고 싶기도 하고.

Q : 바쁘면 쉬고 싶고, 쉬면 바쁘고 싶고.

J : 맞아요.

Q : 저도 약간 그럴 때가 있어서 공감이 되네요. 쉬면 남들처럼 바쁘게 살아야 되는데 생각하게 되는데, 또 막상 바빠지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 생각하기도 하고요.

J : 네, 바로 그게 제 마음이에요. 저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Q : 저는 개인적으로 소심이 님한테 정말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요. 직업적으로든, 삶의 목표이든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건지 정말 궁금했어요.

J : 일단은 가장 최근 화두에 오른 것은 첫 번째, 이직을 하고 싶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이 아니라, 아예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경찰 쪽으로 이직을 하고 싶어요.

Q : 오, 라이프. 라이프, 드라마 봤어요.

J : 하지만 고민인 부분이, 전체 생활을 전부 무너뜨리고 공부를 한다는 게 저한테 있어서는 평생 없었던 일이거든요. 돈을 버는 것을 멈추고, 돈을 쓰면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게 한다고 해서 될지 안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고민이 돼요. 그런데 당장 하고 싶은 것은 경찰이 하고 싶고. 그래서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고요. 또, 두 번째로는 제가 특별히 효녀는 아니지만, 엄마가 더 늙기 전에, 더 아프기 전에 많은 곳을 함께 다니고 싶어요. 해외든, 국내든 둘만의 시간을 더 가지고 싶고. 또, 이런 거 생각하면 동생한테 미안한 부분도 있어요. 저희 가족은 아무래도 가족이 셋이다 보니까. 그리고 또 동생이 혼자 남자이다 보니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아무튼, 엄마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꿈인 것 같아요. 그것을 위해 계속 달려온 것 같기도 하고.

Q : 저도, 그런 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친구랑 보내는 시간보다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하고, 심적으로도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고. 저에 대해 친구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보니까. 근데, 경찰이라는 직접적 이미지와 정말 잘 맞을 것 같아요. 제복도 딱 입고.

J : 그렇죠. 이번에 제복이 바뀌었는데, 저랑 너무 잘 어울리는 청색인 거예요. 그래서 이건 운명인 건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웃음)

Q : 많은 직업들 가운데, 경찰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부터 계속 꿈꿔왔던 꿈이었는지.

J : 대학교 때 과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나는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할까, 생각을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졸업반이었던 친구들이 다들 공무원을 하겠다고 혈안이 되어있던 시기여서.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Q : 그때보다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요.

J : 맞아요. 더 많아졌을 것 같아요. 특히 이제 공무원을 더 많이 뽑는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니까, 아무래도 더 그렇겠죠. 그래서 그 당시에 고민을 하던 차에, 공무원 중에 어떤 걸 해야 할까 생각을 했었어요. 공무원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직업이 일단은 3대 직종들. 행정업무, 경찰, 소방관 이렇게 생각이 났었어요. 소방관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그 불길 속을 뛰어들어갈 순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곳에서 살아 돌아오진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제 자신이 버거워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행정업무는 너무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내 업무만 할 수 있는 그런 환경. 그런데 아는 동생이 우체국에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거예요. 그래서 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나랑 잘 안 맞으려나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경찰, 이라고 하면 막연히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경찰 아저씨는 훌륭한 일을 해, 이렇게 말을 하곤 하는데, 그 훌륭한 일을 내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경찰을 해볼까 생각하게 되면서, 공무원 책을 샀죠. 거금을 들여서 강의 신청도 해놓고요. 하지만 단 1강도 듣지 않고, 기간이 만료가 되었어요.(웃음)

Q : 와우.

J : 그러고 있는데, 우연히 다른 일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취업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아, 이 길이 내 길인 가보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 : 아, 경찰을 준비하려고 하던 중에 취업이 된 거군요.

J : 그래서 취업이 됐으니까, 굳이 공부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그냥 맘 편하게 취업 라이프를 했죠.

Q : 아, 그 시기 때 알고 지냈던 사이였는데 저는 전혀 알지 못했네요. 경찰을 희망하고 있었다는 걸.

J : 정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냥 엄마하고 저랑만 알고 있었어요. 괜히 부끄러운 거예요. 경찰 한다고 설치더니 공부는 하고 있냐,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얘기 안 하게 된 것 같아요.

Q : 맞아요. 저도 괜히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아서, 제 얘기를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원하는 직업군이 보통 많이들 희망하는 직업군이 아니면, 사람들이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잖아요. 약간 나를 더 지긋이 보는 것 같고. 조금 더 관찰할 것 같고. 그러다 잘 안되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 같고.

J : 맞아요.

Q : 저도 그래서 말을 잘 안 하게 되고,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면, 저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꿈으로 가지고 있어요. 제 인생에 많은 부분이 영화로 담겨 있기도 하고. 저에게는 영화가 그런 존재인데, 소심이 님에게 그런 존재가 있나요?

J : 음, 영화와 같은. 사실 미리 고민을 하며 오기는 했는데.

Q :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여도 괜찮아요. 다른 분들은 운동도 얘기하고, 강아지도 얘기하고 했으니까.

J : 맞아요, 강아지도 큰 부분이기도 하고. 음, 제가 예전에는 책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장르를 조금 가리긴 했으나.

Q : 저도 장르를 좀 가려서 읽는 편이에요.

J : 책을 많이 좋아했는데, 지금은 선뜻 말할 수 없는 게. 책 구매는 잘해요. 매달 월급을 받으면 한두 권씩 꼭 사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꼭 사가지고 모아놓는데, 읽지를 못하고 있고 있어요. 그래서 제 유일한 낙은 카페에 가서 케이크랑 커피랑 시켜놓고 책 읽는 게 제 유일한 힐링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못할 정도로 무조건 달리기만 하다 보니까.

Q : 그러면 아무래도 시간이 없어서.

J : 그래서 올해는, 낙이라고 하면.. 퇴근? 퇴근이 제일 낙이고.(웃음)

Q : 와, 진정한 낙이다.

J : 퇴근하고 와서 누워있는 거.

Q : 쉬는 거.

J : 작년까지만 해도 성당 교사일이 정말 낙이었어요. 그런데 3월부터 그만두고 나서부터, 급격히 우울해지고.

Q : 그 일을 그만두니까요?

J : 네, 기분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 일이 나에게 정말 큰 행복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Q : 그런데 왜 그만두게 되었어요?

J : 음,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져서 짧게 말하자면, 일차적으로 동생이 군대를 갈 줄 알았어요. 그러면은 강아지랑 엄마랑 저밖에 없는데, 제가 그 일을 계속하면 일주일에 세네 번은 계속 늦게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니까. 안 그래도 엄마랑 있는 시간이 적은데, 더 적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일차적으로 그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고요. 이차적으로는 한 후배가 있는데, 일도 너무 안 하고 아이들 앞에서 욕하고 해서 문제가 좀 있었던 후배였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이제 그 후배에게 좀 말을 돌려서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는데. 계속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 고집을 부리고 그래서 같이 있으면 제가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그만두게 되었던 것 같고요. 세 번째는 전 남자 친구 때문에. 참 잘해줬는데.

Q : 아무래도 좀 껄끄러울 수 있죠.

J : 헤어지고 친구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만나기 전과 후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일 때문에 만나기는 계속 만나는데, 볼 때마다 마음 언저리에선 계속 좀 불편한 게 남아있으니까.

Q : 남아있을 수밖에 없겠죠. 남녀 사이였다가 다시 친구로 지낸다는 게.

J : 그래서 그냥 관계를 끊어야겠다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했지만.

Q : 그 공간을 많이 좋아하고 많이 아껴서 그런 것 같아요. 감정 기복이 올 정도면.

J : 엄청 심했어요. 진짜 퇴사까지 고민할 정도로. 아니다, 나에겐 정말 희망이 없다 생각할 정도로.

Q : 아, 진짜요.

J : 삶의 질이 높지 않은 것 같다, 퇴사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그 당시에 그냥 모든 게 다 짜증 났었거든요.

Q : 정말 많이 아꼈나 봐요. 그 정도면.

J : 아, 그리고 제가 요즘 드라마를 잘 챙겨보는데, 퇴근하고 씻고 빨리 누워가지고 잠들기 전에 드라마를 보고 자요. 요즘엔 일드를 보고 있어요.

Q : 저도 일드 즐겨봤던 적이 있어요. 저도 한동안 드라마 안 보다가 요즘 한국 드라마 챙겨보고 있어요. 사실 드라마는 누워서 보는 게.

J : 최고. 어깨와 허리가 조금 아파올 때쯤 자리를 바꿔주면.

Q : 저는 보통 노트북으로 누워서 보는 데 정말 최고예요. 오늘같이 비가 오면, 침대에 누워서 빗소리 들으면서 드라마 보면 진짜 최고죠.

J : 하지만 다음 날 출근을 하게 되면 계속 시간을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안 자면 힘든데, 힘든데 하면서도 한편만 더, 한편만 더 보게 되고.

Q : 맞아요. 드라마 보기 시작하면, 끊기가 힘들어요.

J : 그래서 저도 완결 나면 보는 편이에요.

Q : 그럼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요?

J : 미용이죠. 요즘 한창 물 올라있는데, 미용이죠. 안 그래도 오늘 피부과를 다녀왔어요. 피부과 다니기 전에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Q : 맞아요. 알아보고 다녀야 돼요. 다 달라.

J : 맞아요. 그래서 병원을 다닐 때 물어봐요. 제 얼굴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분들이 대답해주는 것이 제 맘에 들면 그 병원에 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미용이 제일 관심사예요. 그냥 자기만족이지만.

Q : 그런데 자기만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제일 만족스러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죠. 요즘 느끼는 게 그거거든요. 남들이 뭐라 하건 내가 좋으면 장땡이다. 뭐 이런.

J : 맞아요.

Q : 그럼 그 미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J : 음, 처음은 전 남자 친구에 대한 복수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더 예뻐져야지,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자기 관리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요즘엔 자기 관리하는 시대잖아요. 저는 그냥 뚱뚱하게 살고 싶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하지만 그래도 제일 제일 이쁠 나이에 관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살을 당장 못 빼더라도, 피부라도 좋아져야지 생각하고.

Q : 그래서 그런지 지금 피부가 예전에 비해 엄청 매끈매끈해진 것 같아요.

J : 그런가요. 그래서 계기는 아주 사소한. 남들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흔한 계기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 : 저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J : 그런데 진짜 미용은 다 돈이에요.

Q : 그러니까요. 그럼, 요즘 스트레스를 푸는 법이 따로 있나요?

J : 정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해요.

Q : 근데 사실 그게 정말 최고죠.

J : 정말 그래요. 저는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여태껏 계속 서비스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사실 저는 안 지칠 줄 알았아요. 사람들이 서비스업을 계속하면 지친다 그러는데, 나는 괜찮아 사람 만나는 거 너무 좋거든 말하고 다녔는데. 그렇게 만나다 보면 상처를 받은 경우들도 생기더라고요. 20대 초반에는 몰랐어요.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그런데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니까, 나만 순진한 건지.

Q : 약간 강도가 달라지지 않나요?

J : 나는 전혀 악의 없이 말하는 데, 사람들은 그 말을 꼬아서 듣고. 저는 진짜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데, 네가 이간질했잖아 이런 말을 막 듣기도 하고. 사회생활에 지장도 생기고, 이게 스케일이 달라지니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아무도 안 만나고 휴대폰도 확인 안 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강아지랑 같이 누워있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Q : 맞아요. 저도 그래요. 사람 만나면 느껴지는 게 있는데. 과연, 저 아이의 의도는 뭘까,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J : 맞아요.

Q :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나 상처받으라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진짜 악의 없이 말하는 건가.

J : 아니면 생각 없이 말하는 건가.

Q : 왜 저런 말을 하지. 제가 제 3자의 입장이었어도 그런 상황을 보게 되면 그 말을 한 사람을 빤히 보게 돼요. 왜 그러는 걸까, 하고. 그런 사람들 얼굴을 관찰해도 표정이 읽히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굳이 저 말을 왜 할까. 분명 자신도 그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었을 텐데. 그걸 돌려주는 걸까. 아니면 그냥 정말 순수하게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정말 사람을 만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J : 맞아요. 그러면 힘들더라고요.

Q : 그런 걸 보거나 겪게 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그랬던 적이 있나요?

J : 성당에서 있었던 일도 있었지만. 직업적으로 보면, 선생님들하고는 다 잘 지내요. 그런데 유독 주임이랑 트러블이 있었어요.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이것도 얘기하자면 긴데, 짧게 말해보자면 주임이랑 저랑 원장님이랑 이야기 전달 과정에서 좀 일이 있었어요. 원장님을 통해서만 저와 주임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계속 말이 달라지는 것도 있고. 제가 유아반을 맡고 있는데, 거기 반 선생님들과는 다 잘 지내고 있으니까. 괜히 저 때문에 주임과 다른 선생님들이 등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얘기하는 것 때문에 서로 적대적으로 지내는 것 같고. 아이들도 그렇고. 원장님께 받는 스트레스도 있고.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엄마한테 막 얘기했었는데, 저희 엄마도 보육을 하고 있다 보니까, 안된다. 2년은 해야 한다, 책임제다. 기간을 채워야 경력 인정이 되기도 하고, 제가 떠나면 아이들은 어떡하냐 그러셔서 더 그랬던 것도 있었고. 그래서 한동안 엄청 힘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탁 풀리면서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요.

Q : 어떤 큰 계기가 없어도 딱 괜찮아질 때가 있긴 하더라고요.

J : 그런데 그때 돈을 많이 쓰긴 했어요. (웃음)

Q : 아, 또 돈 쓰는 게 스트레스 풀리는 좋은 방법이긴 하죠. (웃음) 그래서 친구들이 여행 자주 가잖아요. 스트레스 풀러. 근데 생각해보면 여행 다닐 때, 오십만 원 백만 원 한꺼번에 쓰고 오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행복해.

J : 맞아요.

Q : 평소에는 그거 막 나눠서 쓰고 했는데 여행 가서는 다 쓰니까.

J : 저 스트레스 해소법 바꿀래요. 돈 쓰는 걸로. (웃음) 돈 쓰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Q : (웃음) 저도 요즘 좋아하는 거 막사는 걸로 풀고 있어서. 자꾸 모으니까, 돈이 사라져 버리지만 좋은 것 같아요. 만족감이 있어요. 요즘 제가 문득 궁금했던 게 있는데, 보통 혼자 있을 때 뭐하세요? 쉬는 날에.

J : 음, 제가 쉬는 시간을 가져본지가 너무 오래 되가지고.

Q : 그러면 질문을 바꿔서, 제일 궁금했던 거 있어요. 아까 얘기하기도 했지만, 바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바쁘게 살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뭐예요? 쉼 없이 살 수 있는 원동력?

J : 그런 힘을 말하는 거예요? 아니면 목표를 말하는 거예요?

Q : 둘 다 궁금했어요. 저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좀 게으른 사람이라 그런가. 그렇게 사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J : 음, 우선 목표부터 말해보자면, 첫 번째는 다양한 걸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가가 제일 궁금했고. 그래서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아침에 실습을 한 달 동안 나가야 하는데, 야간으로 아르바이트를 잡아서 일을 했었죠. 이틀에 한 번씩만 자고. 거의 쪽잠으로만.

Q : 그때, 알아요. 완전 새벽으로 일하고.

J : 밤 열한 시에 출근해서, 아침 일곱 시에 퇴근하고. 일곱 시에 또 실습 나가고, 여섯 시에 퇴근하면 일지 쓰고 또 출근 준비해서 나가고. 이 삼일에 한번 자고 네 시간씩 자고.

Q : 와, 대단하다.

J :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얘가 미쳤었나 생각이 들고.

Q : 와, 저는 못해요. 저는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라.

J : 저도 그때니까 했던 것 같아요. 실습은 나가야 되는데, 아르바이트는 그만두고 싶지 않고. 조금 욕심을 부렸던 거죠. 실습 가서도 정말 멍했어요. 웃음기가 없었어요. 피곤하면 표정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첫인상이 안 좋으시네요,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때 실습할 때 선생님 표정이 너무 안 좋으세요, 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어봤어요. 그래서 실습 점수가 그리 좋진 않았는데, 그래도 취업했으니까. 아무튼 남들과 다르게 조금 더 바쁘게 살아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것의 원동력은 아까와 같은 이유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놀아서 뭐해, 라는 마인드가 있어서.

Q : 저는 일해서 뭐해 놀아야지, 하는데. (웃음) 놀 수 있을 때 놀아야지. 참 멋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보면서 궁금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일단, 저는 체력적으로도 하지 못하는 스케줄이었겠지만.

J : 제가 그게 돼요.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체력이 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 저는 체력부터 안되니까. 지금도 주말에 학교 다니고 있지 않나요?

J : 지금 학점은행제로 학사를 따고 있는데, 이제 마지막 수업이 끝나가요.

Q : 그러면 이제 학위가 나오는 거겠군요.

J : 그렇죠. 그래서 대학원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하나도 안 해서. 영어를 보는 학교들도 있어서.

Q : 그러면 대학원을 가게 되면, 유아교육 쪽으로?

J : 그게 또 고민인 게, 이직을 하고 싶은 게 경찰 쪽이다 보니까 지금 배우고 있는 건 심리학과예요. 그래서 지금 범죄심리 쪽으로 해서 공부를 해야 하나 생각 중이에요. 아니면 유아교육 쪽으로 쭉 가야 하나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요.

Q : 이직을 할 것이냐, 아니면 계속 이 길을 갈 것이냐.

J : 맞아요. 고민이에요. 이직하는 게 보장되는 게 아니니까요.

Q :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요. 그럼,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이직이려나.

J : 음, 그렇게 살아도 되나, 인 것 같아요.

Q : 저도 그래요. 본질적인 질문이죠.

J :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살아도 되나. 그래서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고.

또,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고.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기도 하고.

Q : 맞아요. 이 나이에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나중에 밥벌이는 하고 살 수 있을까. 이런 거.

J : 그러니까요.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최근에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새롭게 같이 일을 하게 된 언니 한 분이 있어요. 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언니가 물어보시는 거예요. 몇 살이에요? 남자 친구는 있어요?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헤어진 지 얼마나 된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한 4년 정도 됐다고 하니까. 아니, 그 젊은 나이에 뭐하는 거냐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잘못된 건가. 이 나이에 연애를 안 하는 것이 잘못된 건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젊고 좋은 나이에 왜 안 하고 있을까. 이 좋은 걸.

Q : 여기, 가슴 뜨끔한 사람 또 있네요.

J : 왜 그러고 사냐. 좋은 거 하고 살아야지 하는데.

Q :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연애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별로 마음에 없으면 안 할 수도 있는 거지.

J : 막 상처받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너무 바쁘게 살아서 소개도 안 받고 애들 다 밤에 놀 때 쉬고 그러니까. 나만 너무 이러고 사는 건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스물여덟에 결혼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 나이가 돼보니까 이 짧은 기간 안에 결혼을 어떻게 하나. 말도 안 되었구나 싶고. 내가 원했던 건 안정적인 삶이었는데. 저는 계속 궁금한 게 많다 보니까 이것저것 많이 더 경험하려고 하고. 생각해보면 결혼은 진짜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그저 도피성이었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Q : 저는 이미 소심이 님 나이 때에도 연애를 안 하고 있던 터라. 뭐라고 해야 할까. 저는 연애가 정말 후순위거든요. 사람마다 중요시 여기는 게 다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연애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일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여행을 더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다 각자 자신이 더 많이 원하는 것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연애를 안 하고 있다는 것에 시간 낭비다, 잘못됐다 말하는 건 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항상 해야겠다는 생각을 저도 하지만, 연애가 숙제는 아니잖아요. 숙제가 되어서도 안될 것 같고. 아직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J : 맞아요. 항상 연애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두려움도 조금 있는 것 같고.


비가 조금 잦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유리창을 툭툭 치며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 다르게, 소란했던 카페의 분위기는 조금 차분해졌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 때문에 의식적으로 크게 내던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Q : 그럼, 이제 조금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서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영화를 많이 보세요?

J : 좋아하죠. 바빠서 많이 보지는 못하는 데 좋아해요.

Q : 그럼, 좋아하는 영화를 한 편 소개해주신다면요? 인상 깊었던 영화나, 요즘 나를 대변해주는 것 같은 영화?

J : 음.. 고민되네요. 한 편만 뽑기가 정말 어려운데. 음. 저는 <세 얼간이> 요. 알 이즈 웰~. 정말 많이 봤던 것 같아요.

Q :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정말 소심이 님이랑 닮았네요. 정말 잘 어울려요. 영화가.

J : (웃음)

Q : 밝고 희망을 주고 에너지가 뿜 뿜 넘치고.

J : 그래서 볼 때마다 행복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인도영화의 매력을 찾은 것 같아요. 옛날에 뮤지컬 같은 인도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세 시간 짜리고.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 영화는 너무 재미있고 좋더라고요. 영화 안의 캐릭터가 좋다 보니까. 정말 여러 번을 봐도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 같아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을 때는, 마블 영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Q : 저도 잘 안 봤는데, 마블 나름 공부를 하고 가서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J : 정말 마블은 알면 알 수록 더 재미있어요.

Q : 진짜 사람들이 왜 전작을 보고 개봉 영화를 보려고 하는지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찾아보고 가서 그런지, 조금 더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품고 있는 세계관이 뭔지도 알 수 있고. 새롭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이제 정말 질문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음, 요즘 삶의 낙은 뭘까요?

J : 음, 삶의 낙이라. 아, 삶의 낙이자 지금까지 퇴사를 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건, 돈이죠. (웃음)

Q : (웃음) 초 현실적인.

J : 아니, 제가 약간 애늙은이 같긴 해요. 사실 이 나이에 나오지 않을 말이잖아요. 제가 처음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애들이랑 같이 다니는데 사실 애들이 조금 철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안하나 생각이 들고. 그래서 미용에 돈을 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고요.

Q : 저도 사실 그랬어요. 자꾸 돈을 쓰지 않고 모으려고 했죠. 미래가 불안하니까.

J : 맞아요. 그래서 일하러 다닐 때도 사람들이 술 마시러 가면 절대 안 갔거든요. 돈 벌라고 일했는데, 왜 돈을 쓰지. 아무리 사교라고 하더라도 돈을 잘 안 쓰게 되거든요. 물론, 혼자서 저를 위해서는 쓰긴 해요. 정말 먹고 싶은 거나 카페 가서도 저를 위해서 돈을 쓰고 하는 건 별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데. 공동으로 함께 돈을 쓸 때는 조금 그런 것 같아요.

Q : 오롯이 나를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죠.

J :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고 행복하지만, 그 모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돈 쓰고 스트레스받을 바엔 그냥 저를 위해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정해놓으니까 더 돈을 저축하려고 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Q : 사실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현실적으로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거니까. 애늙은이 같다고 말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말이지 않을까 싶어요.

J : 아까 말하기도 했지만. 대학원을 가려면 기본 4천만 원이 들어요.

Q : 와우.

J : 그래서 과연, 4천의 가치가 있을까. 그 정도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에게 그만큼의 가치를 되돌려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도 그렇고. 강아지 간식비도 제가 내고. 엄마랑 여행비 모아야 하고 생활비도 있고. 정말 번 거에 비해서 돈이 없더라고요. 피부 투자도 잘 한 건가 싶고.

Q : 그래도 때에 맞게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잘한 선택일 거예요.

J : 그렇게 생각해야죠.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그리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도 부럽더라고요. 제주도 좋다고 일 년에 세네 번씩 가고. 저는 3살 이후에 가본 적이 없어요.

Q : 저도 수련회나 수학여행 갈 때 가보고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요.

J : 그러니까요. 해외여행도 척척 잘 가는 사람들 보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혼자 여행 다녀온 것도. 나도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간 것도 있어서.

Q : 혼자 여행 다녀오는 거 어때요? 저는 항상 마음에만 두고 있어서.

J : 일본 가요. 일본 좋은 것 같아요. 혼자 해외를 가는 거면. 한국어로 다 되어있어요. 처음이면 무조건 일본으로 가요. 일본에 갔을 때 무조건 현지인들 가는 곳만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현지인들이 가는 골목,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들 찾아다녔어요. 그래서 한국인들은 거의 안 만나고.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숙소도 비싸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가장 저렴한데 찾아서 자고.

Q : 주변을 보면 여행을 진짜 많이 다니긴 하는 것 같아요. 집순이라서 그런 것 같지만. 마음에만 있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항상. 유럽은 기본이고. 다들 엄청 자주가 기도 하고. 대단한 것 같아요. 실행에 옮긴다는 것 자체에.

J : 한번 꼭 다녀오세요. 혼자 여행 가는 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Q : 저도 정말 꼭 다녀오려고요. 매일 말만 하긴 하지만. 일하느라 바쁜 시간에 여행도 다녀오고 정말 알차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소심이 님은.

J : 아니요. 겉으로는 바빠 보이지만, 사실 그게 없어요. 알맹이가 없어요. 그래서 이제 알맹이를 만들어보려고요. 공부도 조금 더 해보고.

Q : 저는 그냥 소심이 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드는 게. 어렸을 때 목표와 지금이 다르다고 해서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이 나이 때는 뭘 하고 있고, 이 나이 때는 이 정도의 사람이 되겠지 생각을 항상 했는데. 그걸 이루지 못하면 제 자신이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그저 흐르는 대로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일단 다 해보자 주위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하다 보면, 어렸을 때 나와 같지 않더라도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J : 오, 좋은 말이네요. 제가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이 있는데, 출근이 늦어서 택시를 타고 가는 중이었는데. 가는 길에 벽화가 하나 있어요. 원래 아무것도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그려진 것 같아요. 택시를 타고 늦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벽화가 눈에 띄는 거예요. 여행은 꼭 가라. 더 가지 못할 이유가 생기기 전에. 꼭 가라고. 그걸 보고 엄마랑 유럽을 진짜 가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결론은 꼭 여행 가세요. (웃음) 올해가 가기 전에.

Q :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웃음) 예전에 가려고 했으나, 미루고 미루다 보니. 근데 제가 여행을 가려고 했을 때 가장 걸리는 게 음식인 것 같아요. 저는 밖에서 혼자 밥을 잘 못 먹거든요. 그게, 누군가가 의식이 돼서 못 먹는다기 보다는 그냥 혼자 밖에서 먹을 바엔 좀 늦더라도 혼자 집에서 편안하게 먹자 주위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혼자서 잘 먹을 수 있을까. 혼자서 여행 가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J : 근데 생각해보면 고작 2박 3일 정도밖에 안되니까. 일본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정말 친절했거든요. 길을 잃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정말 친절하게 다 알려주려고 하고. 어떤 할머니가 길을 막 알려주신다고 저 막 끌고 다니고. 엄청 친절하시더라고요. 사실 저 일본 갈 때, 혐한이 터져서 엄마가 엄청 가지 말라고 말리셨는데, 그래도 가겠다고 했거든요. 생각보다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고. 크게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Q : 끝내 용기의 문제인 거군요.

J : 그런 것 같아요. 혼자 밥 먹는 것도 하다 보면 적응되고.

Q : 혼자 밥 먹는 거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여행할 때 굶을 순 없으니까요. (웃음)

J : 맞아요. 일본을 다녀왔을 때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그런지. 밤거리도 좋고 해서 꼭 여행 다녀오셨으면 좋겠어요.

Q : 네.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한 번 도전해볼게요. (웃음) 이제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요즘 나의 한 컷'이라는 주제로 하는, 나름의 코너 하나가 있어요. 요즘 소심이 님을 대변할 수 있는 사진 한 컷이 있을까요?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으시면, 천천히 생각하셨다가 저에게 사진과 함께 그 사진을 뽑은 이유를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 : 음, 고민이 좀 되네요. 생각을 조금 더 해보고 사진을 보내드려도 되나요?

Q : 그럼요, 당연하죠.


(며칠 뒤, 쾌활한 이모티콘과 함께 '요즘 나의 한 컷'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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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장이 강한 소심이님의 ‘요즘 나의 한 컷’


J : 어떤 사진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요일마다 알바 중간에 강남에서 혼자 먹을 수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곤 하는데요. 그곳에서 15,000원어치의 낙을 사 먹었던 사진을 골라봤습니다. 요즘 소소한 행복거리가 맛있게 혼밥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거다 보니까, 이 사진을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삶의 낙=먹는 것!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역시 돈은 쓰라고 버는 것이기 때문에, 이왕 쓰는 돈 저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이 음식 사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 오, 라멘이 아주 맛있어 보이네요. 저도 라멘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 많은 음식들 중 라멘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J : 음, 혼밥은 아무래도 일본. 일본 하면 또 라멘이 떠오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오늘은 라멘이다,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처럼 칸막이가 있는 곳은 혼밥 하기가 좋기도 하고. 라멘에 토핑을 추가하고 사이드 메뉴도 시키고 해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했었는데 또, 다 먹더라고요. (웃음)

Q : 김준현 씨가 말했죠. 위는 머리로, 생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먹자, 하면 더 먹을 수 있대요, 위는. (웃음)

J : 그러니까요. 먹으면서 생각했어요. 라멘은 단출하게 하나를 먹어도 좋고, 푸짐하게 토핑을 추가해서 먹어도 좋고, 언제나 간편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든든하게 식사할 수 있는 음식이구나. 나도 그렇게 혼자서도, 누군가와 함께여도 든든하고 주변에 가까이 두고 싶은,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술 마신 뒤에 가질 수 있는 감성이랄까.

Q : 센치해지는 그 감성. (웃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음식이라는 게 가장 손쉽고 확실하게 위로할 수 있는 도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특히나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음식만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하고요. 라멘 사진도 보고, 음식 이야기도 들으니까 내일 라멘을 먹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웃음) 자, 이제 드디어 길었던 인터뷰가 끝났는데요. 긴 시간 동안 진솔한 이야기 해주셔서 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소감을 짧게 해주신다면요?

J : 아, 정말 가볍게 생각하고 왔고 그래서 정말 가볍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재미있었고 신기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인터뷰 얘기했을 때, 내 삶 진짜 재미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데. 괜히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인터뷰하겠다고 해놓고도 다시 힘들다는 연락을 할까 말까 하다가, 나는 나름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으니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나는 너무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다들 재미있게 살고 있잖아요. 이 공부도 해보고, 저 공부도 해보고 번듯한 직장도 가지고 취미생활도 다양하게 해보고 해외도 많이 가고.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저는 무미건조하게 일, 일, 일, 일 이렇게 살고 있어서.

Q : 에이, 제가 더 무미건조하죠. 저는 집에만 있는 집순이인데.

J : 그래서 걱정을 조금 했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편안하게 수다 떨듯이 얘기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 정말 다행이네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흔쾌히 응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소심이 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셔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였음에도 몰랐던 부분들이 참 많았구나 느꼈어요. 저에게도 여러모로 소심이 님의 생각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끝- (짝짝-)

J : 수고하셨어요. (짝짝-)




비가 오는 날에 가진 인터뷰라서 그런지, 그 날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 내려가는 지금, 다시금 그 날이 떠올라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인터뷰였던 것 같다. 항상 먼발치에서 참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이나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점을 나 역시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누군가의 삶의 아주 작은 부분을 알아가고 서로 공유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인터뷰도 무척이나 뜻깊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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